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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반년을 피고지는 백일홍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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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20)


대청 앞 자미화에 이슬이 맺혀...두 수 중(凝露堂前紫薇花兩株每自五月盛開九月乃衰二首) 둘째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멍하니 도취할 듯

약하고도 고운 모습


이슬 무게와 바람 힘에

심하게 기울었네


백일 붉은 꽃 없다고

그 누가 말했는가


자미화는 오래오래

반 년 동안 피어 있네


似癡如醉弱還佳, 露壓風欺分外斜. 誰道花無紅百日, 紫薇長放半年花.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한자로는 자미화(紫薇花, 紫微花), 양양화(痒痒花), 백일홍(百日紅) 등으로 불린다. ‘자미(紫薇)’는 배롱나무의 대표적인 꽃 색깔(紫)과 자잘한(微, 薇) 꽃 모양을 형용한 이름이다. ‘양양(痒痒)’은 ‘간지럽히다’는 뜻인데 배롱나무 표피를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우리말로도 ‘간지럼나무’라고 한다. 또 배롱나무는 7월에서 9월에 걸쳐 100일 이상 꽃을 피우므로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심지어 위의 시 제목에서 양만리는 음력 5월에서 9월까지 반년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고 했다. 중국 당 현종(玄宗) 때는 중서성(中書省)을 자미성(紫微省)이라고 불렀다. 별자리 자미원(紫微垣)을 황제의 거처에 비견했기 때문이다. 중서성은 임금의 조서를 작성하고 명령을 반포하는 조정의 중추기관이다. 이런 연유로 궁궐 자미성(중서성) 근처에 이름이 비슷한 자미화를 심었고, 중서령(中書令)을 자미령(紫薇令), 중서랑(中書郞)을 자미랑(紫薇郞)이라고 불렀다. 중서성에서는 특히 황제의 문서를 관장했기에 이후로는 자미화가 문서나 서책을 비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원이나 유학자의 집에 자미화를 많이 심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기품 있는 자태로 여름을 아름답게 수놓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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