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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21)
여름날 산속에서(夏日山中)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흰 깃 부채 게으르게
흔들거리며
푸르른 숲속에서
발가벗었네
두건 벗어 바위벽에
걸어놓고서
맨 머리로 솔바람을
쐬고 있노라.
懶搖白羽扇, 裸體靑林中. 脫巾掛石壁, 露頂灑松風.
더위 탓을 하지만 일탈과 자유를 추구하는 시선(詩仙) 이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어가 모두 구속을 벗어던진 신선의 경지를 보여준다. 맨 몸과 맨 머리는 속세의 의관(허례, 가식)을 벗어던진 신선의 모습이다. 누구의 눈길도 받지 않는 푸른 숲속, 솔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 옆에 있는 바위 절벽에 벗은 의관을 걸어두고 맨몸에 깃털 부채를 부치고 있으면 그곳이야 말로 ‘인간을 떠난 신선 세계’에 다름 아니다. 여름날 더러 계곡을 따라 등산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이목이 빈번한 곳에서 발가벗고 물놀이를 즐기는 분들이 있다. 일탈이 아니라 소위 ‘알탕’이다. 알탕 삼매경에 드신 분은 남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분이 ‘알탕’하는 분의 몸매를 아름답게 여기지는 않는다. ‘알탕’을 하든 ‘거풍’을 하든 혼자만의 선계를 즐기는 것이 진정으로 이백의 경지에 다가가는 일일 터이다. 자신의 외로움에 다가서야만 타인의 외로움에 공명할 수 있다. 이쯤 되면 피서는 단순한 더위 식히기가 아니다. 신선이 되려는 분들은 피서의 급을 높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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