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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멸망으로 가는 대원大元 제국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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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極盛은 화려함의 극치지만, 이때는 노자老子는 언제나 옳아서 그것은 곧 몰락의 시작이다. 쿠빌라이에서 극강의 제국에 도달한 대원大元제국은 그의 죽음과 더불어 서서히 해체의 길을 향해 걸었으니, 저 지구 반대편에서 맹렬한 낭만주의 문학운동을 일으킨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Samuel Taylor Coleridge(1772~1834) 가 꿈속에서 본 저 광대한 상도上都의 궁전은 이제 조락만 있을 뿐이었다. 

생각없이 집어들었다. 얼마전 언제나 하릴없으면 가끔씩 들르는 용산역 인근 뿌리서점에 갔다가 저 책 《원대 중후기 정치사 연구》(권용철 저, 도서출판 온샘 펴냄, 2019. 12)를 발견하고는 제목 딱 보니 뭐 박사논문 찍어냈구만 하면서 원대사가 나로서는 미답에 가깝거니와, 그러면서도 못내 아 저 제목이라면 이른바 한국사에서는 몽골간섭기라는 시기니, 뭐 간섭기겠는가? 몽골 식민치하였으니, 저 시절이라면 이 한반도가 좁다해서 넓은 무대를 꿈꾸며 대륙으로 밀려들어간 고려인이 한둘이 아니어니와, 저에는 충선왕을 비롯한 고려왕들도 적지 않은 돌풍을 일으키게 되거니와, 혹 그런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모른다 해서 집어왔다.   

 

 

 

 

요새는 이른바 학계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권용철이라는 친구가 누군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거니와, 보니 고려대 동양사학과 박원호 선생 제자라, 이 양반 글로만 보면 실로 꼬장꼬장하던데 선생으로서의 모습은 어떠한지는 내가 모르겠다. 1983년 생이라니, 연부역강 아니겠는가? 나이로 보면 한참 좋은 글 쏟아낼 황금기 아니겠는가? 

원대 중후기라 해서 나는 쿠빌라이 칸 죽음과 그에서 초래하는 제위계승전쟁에서 출발할 줄 알았더니 그보다 조금 시기를 늦잡아서 황실을 무대로 하는 그 드라마틱한 원대 정치사를 조금은 이채롭게도 권신權臣 정치라는 관점에서 정리하려 했거니와, 서문을 보니 그 토대가 된 원고는 2017년 고려대에 제출한 학위 논문 《元代 중·후기 권신權臣 정치 연구》라 한다.   

 

 

 

 

권용철이라 해서 기라성을 방불하는 숲에서 새로운 주제를 잡아내기가 여간 곤혼스럽지 아니했을 것이다. 원대사, 몽골사는 한중일만이 아니라 이른바 세계 학계가 주목하는 무대로, 얼마나 많은 연구가 쏟아져 나왔겠으니, 더구나 구미에서 난다긴다 하는 놈들은 다 건딜었으니 말이다. 


이래저리 고민고민하다가 그래도 한국역사학이 가장 장점을 보이는 정치사라는 무대를 골라 오른 모양이어니와, 이에서 과연 몽골제국(책은 칭기스칸이 이룩한 전체 몽골제국을 대원이라 해서 나중에 중국 기반으로 정착하는 원 황실과는 구분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는 이런 구별을 별 의미없다고 본다.)의 무엇을 착목할 것인가 해서 고른 것이 권신이었던 듯하다.   

 

 

 

 

권신이란 곧 권력을 농단하는 신하를 말하는데, 이걸 삼국사기 같은 데서는 집정執政한다 하거니와, 신라사를 예로 든다면 김유신이 있고, 그의 아들로 역시 독재를 한 김삼광이 있거니와, 고구려사로 무대를 옮기면 고구려 말기 연개소문 가문에 대표라 할 만하다. 고려시대로 넘어오면 김부식을 거론할 만하며, 조선시대는 몰락 전 조광조도 실은 전형적인 권신의 면모를 보이며, 이 조광조 일당이 타도를 시도한 중종반정 세력 3인방은 그야말로 그 권력이 하늘을 찔러 왕이 그네들 앞에서는 벌벌 기었다.    

이런 집정자 혹은 권력을 농단하는 신하들이 탄생하는 배경을 인종 시대 이래 몽골제국이 그 태생지인 몽골고원으로 쫓겨나가는 시절까지를 그린 것이어니와, 인종 시절 카이샨과 영종 시절 테무테르와 바이주를 필두로 그 이래 권력을 쥐락펴락한 엘테무르와 바얀, 마지막 권신이라 할 콕토에 이르는 이들의 권신을 구체로 지목해 그네들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과정과 그 권신정치가 작동하는 원리를 궁구하려 했다. 

 

 

 

 

저자가 말하는 권신 정치 논리를 내가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 자신은 이를 원대 정칙의 특질로 꼽았지만, 저자가 그리는 권신 정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 나는 저에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권신정치건 뭐건, 말 그대로 이 저작은 쿠빌라이 사후 원 왕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중앙 정치무대를 중심으로 정리하려 했다는 점에서 혹 원대 역사의 얼개를 구축하고자 하는 사람들한테는 적지 않은 지남자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학위 논문을 토대로 한 까닭에 초반 상당부분을 이른바 선행연구성과 검토라 해서 쓸데없는 데다가 힘을 뺀 점이 아쉽거니와, 혹 원대 정치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이 대목을 건너뛰라고 강권하고 싶다.

대한민국 학위시스템에서 이따위 씨잘데기 없는 선행연구성과 검토는 방축放逐해야 한다. 언제나 말하듯이 선행연구성과 검토는 자연스럽게 그러한 일들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흔적이 있는듯 없는 듯 녹여 넣어야지 이따위로 한 장을 몽땅 할애에서 진을 빼는 데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덧붙이건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는 저 시절 적지 않은 원 황실을 무대로 하거나 그를 발신으로 삼는 기술이 있거니와, 무심하게 기술된 그런 사건들이 원대사 해명에 어떠한 중요성이 있는지를 저자는 적절히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하거니와, 이른바 忠자 계열 고려왕들의 움직임은 저 시절을 치욕으로 아는 사람들한테는 다른 시각에서의 성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시해도 좋을 듯하다. 

지정조격至正條格이라 해서 경주손씨 집안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근자에 발견한 원대 법령집은 예상대로 요긴하게 활용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 발견을 둘러싸고 국내 모 동양사 전공 어느 대학 교수가 난동에 가까운 블루스를 추어댄 일을 내가 기억한다. 

요샌 저런 책은 거의 읽지 않다가 간만에 쉬엄쉬엄하며 독파했다. 이 책을 낸 온샘은 오래도록 경인문화사에서 일하다 독립한 신학태가 차린 역사전문 출판국이다. 출판사도 번영했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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