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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몽고 황제가 좋아한 제주도 소고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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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를 읽다가>

이른바 원 간섭기에 들어선 고려 충렬왕 23년(1297), 고려에서는 원에 사신을 보내 토산물을 바쳤다. 무엇을 바쳤는고 하니...

낭장郎將 황서黃瑞를 원元에 파견하여 금화옹기金畫甕器와 꿩 및 탐라 소고기를 바쳤다.
- <고려사> 권33, 세가33, 충렬왕 23년 1월 임오일

'금화옹기'는 아마 미술사 용어로 '화금청자畵金靑磁'라 하는 그것일 게다. 이것이 <고려사절요>에선 '금화자기金畫瓷器'로 나오니 더욱 분명하다.

또 우리나라 꿩은 아름답고 또 맛나기로 유명하니 외국에 자랑하듯 바칠만도 하다.

주목되는 것은 탐라우육耽羅牛肉이다. 요새야 제주하면 흑돼지고 소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마는, 이때는 탐라산 소고기가 명물이었던가보다. 오죽하면 유목의 나라 몽골에 바칠 정도였을까(물론 소고기는 그 자체로 옳지만 말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니 아마 바짝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가져갔겠지 싶은데, 하여간 원 황제가 탐라 소고기를 먹어보고 꽤나 마음에 들어했던지 고려에서는 이듬해 11월 한번 더 탐라 소고기를 진상한다.

그 이후에도 탐라의 자연을 누리던 소의 살은 한동안 계속 대도大都로 올라갔던 모양인지, "탐라 소고기를 바치는 걸 그만두라."는 황명이 내려온 건 10년도 더 뒤인 충선왕 원년(1309) 7월의 일이었다.

돈 생기면 뭐하겠는가, 소고기 사먹겠지라는 말이 얼마 전 다시금 회자會炙되던데, 이런 글이 과연 소고기 반 근이나마 살 수 있게 할지는 두고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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