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에는 강원도에서 온 너와집 1채가 있다. 몇번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어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리라 생각한다.
온양민속박물관 내 너와집
너와집은 강원도 삼척시 고무릉리에 있던 이승환댁으로 1875년에 지었음이 이 건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을 통해 밝혀졌다. 1982년 온양민속박물관으로 이사왔다. 약 32평으로 꽤 넓고 잘 살았던 집에 속하며, 켜켜이 쌓은 너와며 추위와 바람을 피해 집안으로 들어온 외양간, ‘정지(부엌)’라고 하는 생활공간 등 강원도 산간 너와집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데 아이러니컬한 점이 온양에 온 너와집은 잘 보존된 반면, 강원도 현지에 남은 너와집이 보존상태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남은 집도 몇채 되지 않는다. 이를 알기에 박물관에서는 너와집이 죽는날까지(?) 건강하게 살아남도록 나름의 노력을 경주하는 중이다.
하지만 온양에 있는 너와집도 훼손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만약 훼손된다면 어떻게 복원할까. 만약 또 다른 곳으로 이전 복원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너와집 외내부 구조를 봐야 안전진단을 하고, 문제가 있다면 준비를 해야 할 텐데 그건 또 어떻게 할까. 내가 지붕 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나...
너와집 간략 3D스캔본 (주)테라픽스 제공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신 분이 있다. 사진 측량 및 3D스캔 전문 기업인 테라픽스 정성혁 대표다. 너와집을 3D스캔해 본을 만들고, 단면을 자르거나 색을 빼어 건축 구조를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했다. (완성본은 아니라 하며, 계속 보완 작업 중이라 한다.)
색을 뺀 나와집 3D스캔본 (주)테라픽스 제공
너와집 3D스캔본 단면 (주)테라픽스 제공
이러한 작업을 한 곳은 비단 온양의 너와집 뿐만이 아니다. 정성혁 대표는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20년 동안 꾸준히 기록을 통해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작업을 한다고 안다. 최근에는 중국 충칭에 있는 석오 이동녕 선생의 허물어져 가는 가옥을 3D스캔하여 기록하는 작업도 하셨단다.
아무리 완벽하게 보존한다 해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우리 문화유산도 나이를 먹어가기 마련이다.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을 때, 조금이라도 젊을 때(?)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 이 자료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쓰일지는 후대의 몫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분들께 박수를 쳐드리며 공학도지만 인문학적 김성을 소유한 테라픽스 정성혁 대표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제가 대통령 같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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