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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를 배회하는 유령] (1) 보존정비와 발굴이라는 먹이사슬 구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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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창고 대일밴드로 충분했을 서악고분, 기어이 파제낀 고고학
 


호우가 주신 선물 이 얼마나 고마운가? 서악고분 발굴현장




앞서 나는 이 일을 거론하며, 이 사안이 문화재현장에서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를 계속 지적했거니와,

그러면서 벌써 저 사건, 곧, 저 거대한 서악고분군이 집중호우에 내려앉았을 때 잽싸게 고고학이 날라들어 이참에 잘됐다 해서 파제낄 것이라고 예상했거니와, 실제 그리 되고 말았다. 

왜?

언제나 우리네 문화재정책 돌아가는 꼴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 도식을 정리하면 이렇다. 

집중호우 or 태풍 → 문화재 붕괴 → 피해조사 → 피해복구를 위한 발굴 혹은 해체 → 복구 

이 과정이 현행 국가유산청 조직 구조로 보면 문화재붕괴와 피해 조사 시점까지는 대체로 안전방제과 업무라,

이후 과정은  그 현장이 고고현장이면 발굴제도과로 넘어가고, 기타 고건축이거나 자연유산이면 다른 부서로 넘어간다. 

내가 이 업계에 몸담던 30년 전에는 이렇다 할 문제 의식이 없다가, 이후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 내가 매양 의심한 문화재정책 골격이 바로 저와 같은 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발굴정비였다. 

이는 꼭 저와 같은 붕괴 혹은 매몰 현장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여타 다른 고고학 정비현장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했으니, 언제나 이랬다. 
 
정비를 위한 발굴
 
내가 이를 의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 대표 현장으로 거론하는 무덤이나 산성이 있거니와, 언제나 문화재는 그 정비를 위한 발굴조사를 모름지기 선행하는 과정으로 끼어 넣어놨다. 

산성을 정비한다면서 산성을 깠다. 천지사방 다 까댔다. 성벽도 째고 성벽 안 건물이나 연못이 있을 만한 데는 모조리 쨌다.

그것이 정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했다. 

무덤도 마찬가지였다. 

무덤을 정비한다면서 무덤을 깠다.

까서 모조리 드러내고 구조를 보고 유물을 살피고 그래서 개중 볼만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는 기자님들 불러다가 우리 이렇게 좋은 거 팠어요 하며 맘껏 자랑을 해댔다. 

그런 현장을 볼 때마다 어느 시점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한테 물었다. 

보존정비한다면서 저건 뭔가? 보존정비란 저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론은?

사기였다. 

문화재를 보존정비하는 일과 그것을 발굴 혹은 해체하는 일은 전연 별개였으며, 실상 뜯어보면 전연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없었다. 

함에도 왜 문화재현장에서는 저와 같은 등식이 자리 잡았는가?

개사기 구조를 들여다 본 놈이 한 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 적폐하는 구조적 모순 먹이사슬을 아무도 들여다 본 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저 개사기 구조론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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