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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너무나 당연한 것들(2) 전기

by taeshik.kim 2024.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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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대전 문화재 안내 프로그램에 잠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연세 지긋한 해설사 선생 한 분이 하는 대전 역사 안내가 아주 조근조근 재미 있고 유익했으니

옛날 라면땅 같은 과자 한 봉다리를 경품으로 내놓는 간단 퀴즈가 있었는데 내가 경품탄 간따나 퀴즈는 이랬다.

대전에 전기가 들어온 게 언제일까요?

내가 뭐 아는 게 있겠는가? 그냥 던졌으니

1910년대요

했더니 정답이란다.

상술하기를 1912년에 대전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댄다.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으니 내 고향 경북 금릉군 대덕면 조룡1리에 전기가 들어온 시점이 1974년이었다.

내가 국민학교 입학한 그해에 들어왔기에 저 시점을 기억한다.

그런 동네니 한글은 입학하면서 기영아 놀자 영이야 놀자 바둑아 놀자 하는 놀자 타령 일삼으며 깨쳤다.

놀랍겠지만 나는 호롱불 세대다. 내가 태어날 때 호롱불이었고 학교 들어가서도 호롱불이었다.

전기라는 요물이 있는 줄은 안 듯하지만 나는 호롱불 밑에서 흑연 연필 침 묻혀가며 숙제를 했다.

호롱 심지도 돋구곤 했다. 그 호롱 기름은 확실치는 않으나 아무튼 매연이 많아 그 심지를 돋굴 때면 코밑이 검댕이로 까매지곤 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전기가 오십년 전으로 돌아가면 신세계였다.

도회지에서는 60년 전에 먼저 받은 전기 세례를 나는 60년 뒤에야 받았다.

한때 이런 나를 서울 친구들은 아버지 세대라 했고 나 또한 동의했으니 훗날 생각하니 그보다 연원은 더 올라가 구한말 세대였노라 나 스스로 교정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 익숙을 미지로, 신세계로, 혁명으로 돌리는 데서 내 물음은 비로소 싹튼다.

전기 이전엔 훗날 전기가 대체하는 프로토 전기 시대가 있었다.

이 프로토 전기 시대에 대한 물음은 전기가 초래한 촉발이다.

이 전기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그 프로토 전기로서의 등잔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한다.

등잔의 변화 과정을 궁구해야겠는가 등잔이 함운한 문화사가 중요하겠는가? 나아가 그 연료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답은 자명해진다.

왜 고고학이 현대학인지도 실로 명쾌하게 해명된다.

등잔 탐구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전구 전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앞선 시멘트 공구리 이야기를 전편으로 삼아 이번 편 전기를 제2탄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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