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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물경 3회에 걸쳐 다룬 김훈 최질 막부정권

by taeshik.kim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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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드라마라는 특성상 사초에 적힌 기록대로 따라갈 수는 없고 이른바 작가적 상상력을 덧보태기 마련이라, 예서 그 드라마 승패는 결정난다.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3대 실록 축은 조선전기에 정리된 고려 쪽 기록으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가 있고, 거란 쪽 기록으로는 원나라 지정至正 연간에 완성된 요사遼史가 있다. 

이를 축으로 그 얼개를 엮어간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또 하나의 실록이다. 

드라마는 이 과정에서 문제 또한 적지 않게 노출한다. 그를 논하기 전에 이 드라마가 불러낸 공로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중부에 의한 무신정권 수립 100년 전에  이미 두 차례나 더 고려에는 막부정권이 있었음을 확실히 각인한 그것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 강조의 정변과 김훈 최질 막부정권을 너무 지리하게 다뤄 적지 않은 비판을 노출하기도 한다. 

내가 계속 주장하듯이 고려는 그 성립 자체가 막부였다. 왕건과 그의 수하 4인방이 주도한 막부 쿠데타로 정권이 수립되었으며, 이후 문치가 이뤄지다가 목종 말년에 이른바 강조의 정변이 일어나 건국기를 제외하고는 제1차 막부정권이 수립된다. 

이 막부정권은 오래가지 못했으니, 강조 스스로가 이 정변 토벌을 앞세운 거란군에 타도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2차 막부정권 또한 고려거란전쟁 와중에 탄생했다는 점에서 강조의 그것과 일맥으로 상통한다.

다만 강조의 막부정권이 그 전쟁을 불렀다면, 김훈과 최질이 주도한 2차 막부 정권은 전쟁 기운이 한창 감도는 시점에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다. 

드라마는 시종 최질이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그리고, 그네끼리 권력쟁탈전에서 김훈이 배제되고 최질에 의해 타도되어 힘도 쓰지 못한 것으로 그렸지만, 이는 역사가 기록한 그것과는 사뭇 달라 김훈은 결코 막부정권 최고권력자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는 주모자였다.

최질과 관계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훈은 언제나 그 막부정권 넘버 원이었다. 

드라마는 이 막부정권이 현종을 거란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막부정권의 권력 공고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에서 무리가 일어났다.

막부는 절대로 군주를 포기하지 않는다. 막부가 존재하는 절대 근거는 군주다.

막부는 군주를 끼고서 권력을 농단하지, 그런 까닭에 비록 실권은 찬탈한다 해도 군주는 세워두어야 하는 까닭에 결코 저와 같이 그런 군주를 다른 나라에 넘겨줄 수는 없다.

이 상식을 드라마는 개무시했다. 
 

 
그런 까닭에 드라마는 최질이 주도한 군부(막부)가 현종을 거란으로 호송하는 와중에 그 중간에 들른 서경에서 현종의 계략에 따라 일망타진되었다 하지만, 실제 이 막부 진압은 이자림이라는 사람이 주도한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

이 각본을 현종이 받아들여 서경 순수를 빙자해 서경에 민심을 수습하러 간 길에 저들한테 연회를 베풀어 고주망태 만취하게 한 다음 19명이나 그 자리서 몰살하는 참극으로 끝을 내리고 말았다. 

예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은 이런 역사를 정리한 사람들이 군부 혹은 막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와 대척점에 서서 군인은 국토방위만 하고 국가 통치는 시종 문관이 해야 나라가 안정된다는 그 신념에 투철한 문관들이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조선초기에 저리 정리된 고려사는 실상 그 사초가 고려 당대에 정리된 기록을 기초로 삼는다. 

막부정권을 시종 무식하게 그리지만, 100년이나 계속된 정중부 이래 막부정권만 해도, 그 이전 문관이 주도한 이른바 문치에 견주어 하등 그때문에 열등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저들을 군인 출신 정치가가 아닌 권력에 눈 먼 무식한 군바리로 그렸다. 특히 최질을 악마화했다.

이런 시각이 대한민국 현대사에도 투영되어, 군인정치는 있어서는 아니된다는 무언의 도덕률로 작동해 박정희 정권 이래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바라보는 가장 큰 바탕의 하나가 된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저와 같은 결점들이 있지만, 정중부 이전에 이미 고려시대에 두 차례에 걸친 막부정권이 있었고, 그것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확실히 주지케 했다는 점에서 그 절대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이제 고려 막부정권이라 하면 정중부와 경대승과 최충헌과 이의민 이전에 강조와 김훈과 최질이 그 선하先河를 열었다는 사실을 만천하가, 초동급부도 알게 되었다. 

드라마는 이처럼 영향력이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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