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브르박물관, 228년만에 첫 여성 관장 나와
현혜란 / 2021-05-26 22:30:26
간밤에 날아든 문화계 소식 중에서는 단연 저 뉴스가 압도하거니와, 올해로 창설 228주년인 루브르박물관the Musée du Louvre가 박물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관장 시대를 맞게 되었단다. 이 소식이 이채로운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루브르가 지닌 상징성에서 말미암는다.
세계 박물관계에서 이 박물관은 The British Museu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State Hermitage Museum과 더불어 그 명성이 언제나 탑을 다투거니와, 오랜 역사만큼이나 무엇보다 컬렉션에서 여타 박물관의 그것들을 압도해 언제나 돈과 사람을 바글바글 긁어들인다. 요새야 팬데믹 여파에 조금 힘든 시즌을 맞기는 했지만, 이것도 한때라 이를 지나면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냐는냥 다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올해로 228주년이라니, 그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1793년이라, 청淸나라는 건륭乾隆 58년이요, 조선은 정조正祖가 재위한지 17년째가 되는 시점이다. 저와 관련해 이해에 일어난 주요한 사건 중 우리가 주시할 점은 이때가 프랑스혁명이 한창인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이해 1월 21일 루이 16세 Louis XVI 가 길로틴에서 모가지가 달아났다. 이는 부르봉왕가의 공식 퇴출을 의미했다. 국민의회the National Assembly는 이전에는 궁궐로 사용하던 Louvre를 국가를 대표하는 미술품을 소장하기 위한 박물관으로 만든다고 공포했다. 그 공식 개관일은 1793년 8월 10일. 전시품은 꼴랑 537점인데, 그 대부분은 왕실과 교회에서 뺏은 것들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어느 대기업 삥뜯어 미술관 만들려는 어느 나라 정부가 생각난다.
하지만 안전문제로 1796년 문을 닫은 루브르는 1801년 재개관했으니, 우리가 아는 부브르는 역시나 나폴레옹을 빼고선 그 역사를 논할 수 없다. 그의 집권기에 이름까지 나폴레옹 뮤제 Musée Napoléon로 바꾸기도 했지만 그의 실각과 더불어 도로당이 되었고, 아울러 그의 군대가 약탈해 이곳에 밀어넣은 소장품도 상당수가 본래 소유자들한테 돌아갔다.
그러다가 Louis XVIII과 Charles X 시대, 그리고 제2 프랑스제국시대에 급속히 소장품이 증가하고 아울러 기증품이 살도함으로써 우리가 아는 박물관 토대가 된다.
이 박물관이 어이한 셈인지, 지난 200년간 적어도 관장 기준으로는 남성이 독점하는 철옹성을 구축했더랬다. 그런 철옹성을 무너뜨린 주인공이 엠마누엘 마크롱 Emmanuel Macron이다. 프랑스 현직 대통령으로, 그 임명권이 있는 그가 차기 관장으로 로랑스 데 카르 Laurence des Cars 라는 올해 쉰네살 여성을 지명한 것이다. 현재 the Musée d’Orsay 와 the Musée de l’Orangerie president라는데, 이쪽 관리 시스템은 내가 어두워 왜 이짝은 프레지던트라 하는 반면 저짝은 디렉터라 하는지 확실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분명 시스템이 다른 데서 유래할 것이다.
그의 관장 공식 취임일은 9월 1일이라, 지난 8년간 권좌에 군림하며 3선 연임에 노골로 도전한 Jean-Luc Martinez 현 관장을 권좌에서 몰아낸다. 현 관장 Martinez는 노동자 계급 출신에서 고고학도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2013년 루브르를 장악했다.
여성관장 취임이 여성이라 해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지만, 실은 맨땅에서 불알 두 쪽으로 성공한 신화를 청산하고 귀족주의로의 복귀다. 맨땅에서 성공한 Martinez를 향한 공격이 집요했던 모양이다. 새로운 관장 Des Cars는 19세기 회화가 전공인 미술사학도이면서 붉은 카펫만 걸은 인물이다.
1994년 Musée d’Orsay 학예연구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2007년에는 Agence France-Muséums 라 해서 루브르박물관의 아부다비 분관을 세우는 정부기구를 장악했지만, Martinez가 집권하면서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마르티네즈는 그 자리에다가 같은 고고학도이면서 학예직인 Jean-François Charnier를 앉힌 것이다.
와신상담하는 그녀는 2014년에는 the Musée de l’Orangerie 관장이 되더니 2017년에는 Musée d’Orsay까지 석권했다. 이들 관장에 취임하면서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에는 Orsay가 19세기 서양회화에 나타난 흑인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특별전을 개최해 찬사를 받았는가 하면, 이달 초 이 미술관을 재개관하면서 다윈주의가 당대 미술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올 3월, Orsay는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을 자발로 해당 국가에 반환하는 프랑스 첫 박물관으로 기록됐다.
이걸 보면, 정통 귀족주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혁명적 변화를 불러온 인물이기도 함을 엿본다.
안 봐도 비디오라, 이 여성 관장 어떤 성향일지 눈에 선하다. 저와 비슷한 성향을 대한민국에서도 너무 자주 봤다. 대한민국에서는 모조리 그런 선구자적 길을 간 여성이 실패했다 할 만한데, 프랑스의 실험은 어떨지 지켜봐야겠다.
물론 이 말이 그렇다 해서 남성 관장이라 해서 잘 한다는 뜻은 아니니, 곡해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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