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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

by 느린 산책자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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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작네요.” 

혹은 “너희 박물관은 작긴 한데 재미있어.”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 ‘작다’라는 말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같은 대형 박물관과 비교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말에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도 저희 박물관에는 100명 정도가 일하고 있어요.”

그럼 다들 휘둥그레진다. 

“생각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많네.”


#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 역시나 규모가 매우 커서, 하루에 다 보기는 힘들다.

 
한 명과 백여 명 사이 

박물관을 운영하려면 몇 명이 필요할까. 사실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정확히 몇 명이 최소 인원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소장 유물 수량, 건물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 일하기 전에는 대학박물관에서 일했다. 대학박물관은 몇몇을 제외하면 학예사가 일당백을 해야 한다. 

학예사가 해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는 정해져 있다. 유물 관리, 전시, 교육. 이것은 박물관 기본 업무다. 

일부 대학박물관에서는 이 업무들을 1~3명이 해야 할 수도 있다. 나 또한 이전에는 저 업무들을 모두 소화했다. 소규모 사립박물관도 마찬가지이다. 

유물 수량이 어느 정도 되는 곳이라면, 운영 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박물관의 기본 업무를 과 혹은 팀으로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아주 큰 외국 어느 박물관 provided by 장남원



규모가 어느 정도 된다면, 하나의 업무를 전담하여 할 수도 있다.

보통은 전시, 교육, 유물 관리를 하는 과가 있고, 이에 더해 조사 연구를 하는 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예산이 허락한다면 유물 보존처리를 담당하는 과도 있을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박물관은 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각 과가 있다.

오해는 금지

아 참! 오해는 금지다.

우리 박물관 100여 명이 모두 학예사라는 오해 말이다.

학예사는 대략 40명이 조금 안 되게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수는 우리 분관 학예사까지 포함한 수이다.

재정을 돌아가게 하는 행정직, 건물이나 통신, 조경 등을 담당하는 시설직, 보안을 담당하는 분 등이 계신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분들이 있어야 박물관은 돌아간다. 


https://youtu.be/oZQUsyIIN1Q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든 영상. 미술관에서 일하는 인력들에 대한 소개다. 위에서 언급한 직렬들까지 언급되어 있다.


보통 박물관이라 하면 소리 없는 적막한 공간을 떠올릴 것이다.

관람객이 마주하는 박물관은 늘 조용한 편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일한다.

하나의 전시를, 하나의 교육을, 박물관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꾸려 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지!

표나진 않지만, 각자의 하루하루가 모여 박물관을 움직여 나간다. 그 안에서 학예사는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딱히 생색을 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느 곳이든 사람들의 하루가 모여 움직여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박물관의 하루하루 또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물관이 박제되듯 조용하게 웅크리고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적인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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