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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나의 직장 : 저는 이곳에서 일해요

by 느린 산책자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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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궁금했다. 박물관에 대한 소소한 글들, 심지어는 박물관에서 흔히 하는 ‘나도 큐레이터’ 같은 교육들은 왜 학예사란 무엇일까부터 시작하는 걸까. 에피소드마저도 비슷하다.

‘학예사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서 파생되는 답과 그에 대한 이야기.

매우 흔하디흔한 시작이지만, 나 또한 같은 에피소드로 시작하겠다. 아마도 이 에피소드가 글의 처음을 열기에 쉬워서 그런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그것은 나의 직장에 대한 것이다.


흔한 대화

 

전공자가 아닌 이상 혹은 전시 애호가가 아닌 이상, 나의 직업을 소개하면 늘 반복되는 문답이 있다.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저는 박물관에서 일해요.”

 

으레 되돌아오는 답. “아~ 도슨트이신가요?”

 

여기에 말을 잇고 싶다면, 한마디를 더 하면 된다.

 

“아뇨. 저는 박물관 학예사예요.”

 

다시 돌아오는 질문.

 

"학예사가 뭐에요?" 혹은 학예사를 안다면 “어느 곳에서 일하세요?”

 

여기서부터는 질문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 나의 답에서 대화는 멈추거나 한두 질문으로 끝나게 된다.

 

“저는 〇〇박물관에서 일해요.”


나의 직장

 

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는 도자기들. 그냥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그림들.

 

박물관하면 떠올리는 장면일 것이다. 아마 박물관의 이미지 중 긍정적인 부분이겠지만.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우리가 흔히 가는 박물관들-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의 모습이다.

 

나의 직장은 그 이미지들과는 거리가 멀다. 나의 체감으로는 한 억만 광년쯤은 먼 느낌이다. 물론 우리 박물관에도 도자기도 그림도 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우리 박물관에 자주 오는 매니아들이라면 말할 것이다. 이곳은 미술품을 감상하러 가는 곳은 아니라고. 오히려 지도가 많다면 더 많다고.

 

여기까지 말하면, 어느 박물관인지 짐작하려나. 지도 박물관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하나 더 힌트를 드리겠다. 우리 박물관은 ‘서울’을 알려주는 곳이다.


이름이 비슷비슷해

 

서울의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이 바로 나의 직장이다. 지금은 생긴 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물론 아직도 모르시는 분들은 있겠지만-약간의 인지도가 생겼다. 그래도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기도 한다.

 

“서울역에 있는 박물관이에요?”

 

어디서 띄어 읽을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서울’에 포커스를 두고 기억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문화역 서울 284'가 생기면서, 이 질문은 많이 없어졌다. 때로는 옆 동네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혼동하는 분들도 있다. 아마 후자의 경우는 서울이 아니라 ‘역사’가 기억에 남으셨나 보다.

 

#문화역 서울 284. 구 서울역사에 있다. 주로 디자인이나 공예에 대해 전시한다.

 

문제는 전자든 후자든 헷갈리기만 하면 상관없는데, 착오로 인해 다른 곳으로 방문하셨을 때 발생한다. 교육프로그램을 들으러 오신다거나 심지어 택배 배송을 하러 오시거나 할 때, 전혀 다른 박물관으로 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서울역에 있는 ‘문화역 서울 284’, 광화문 앞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가시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아. 그래도 가까워서 다행이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아마 동병상련의 기분으로 서로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분명히 우리만 겪는 애로사항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말할 것이다.



“우리는 정말 달라요. 헷갈리지 마세요.”

 

#직장 #박물관 #헷갈리지말아주세요 #헷갈리면간혹서운해요 #그래도헷갈리긴해요



+사실 개인 블로그에서는 박물관 적응기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라, 이 블로그에 제 글이 맞는지는 아직도 의문이 들지만 일단 게재해보라고 하시니 게재해 봅니다.그리고 티스토리 편집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재미를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풀어쓴다고, 옛 서울역 건물이라 캡션을 달아보았는데 댓글을 보니 혼동을 드리는 것 같아 구 서울역사로 정정합니다. 실은 일부러 저 단어를 피한 이유( 나름 단어를 피해보고자)도 있긴 했지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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