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문화재자료 146호로 지정된 보령읍성(보령성곽)은 고려 말 잦은 왜구 침입을 막고자 쌓은 토성으로 1430년 조선 초 석성으로 개축했다 한다.
빈번한 왜구 침입에 서해안 쪽 주민보호를 위해 수영水營도 세우고 읍성도 석축으로 견고하게 쌓은 곳이 많은데 보령읍성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보령시 중심이 대천해수욕장과 대천항이 있는 대천이지만 옛날에는 보령읍성이 자리한 보령시 주포면이 행정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런 흔적은 “보령리”라는 행정지명으로만 남았을 뿐, 지금은 작은 시골동네다.
읍성은 전체 둘레가 약 630m, 높이는 약 3.6m이고 임진왜란과 구한말 의병전쟁을 거치면서 파손되었으며, 지금은 정문격인 남문 “해산루海山樓”와 좌우로 성벽이 복원된 상태다.
해산루 현판은 보령 출신으로 중종(재위 1506∼1544)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 글씨로 전한다.
성문 앞쪽에는 역대 현감 공덕비가 여느 읍성들처럼 줄지어 섰다.
해산루를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주포초등학교와 보령중학교가 있는데, 초등학교는 약간 우측으로 비껴있고,
보령중학교까지 양측에 은행나무를 심은 길이 직선으로 연결되어 해산루가
보령중학교 정문 역할을 한다.
읍성 정문을 학교 교문으로 쓰는 학교라니, 재밌기도 하면서 학생들은 등교할 때 무슨 기분이었을지 궁금하다.(생각해 보니 원래 그곳에 성이 있었을 뿐, 특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학교 교정 안으로 들어서면 보령리 오층석탑이란 이름의 고려시대 석탑 1기가 있다.(사실은, 이 석탑을 보러 간거였다.)
보령 진당산鎭唐山 서쪽 기슭 폐사廢寺에 매몰되어 있던 것을 1974년 발굴해 지금 자리로 이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오층석탑이지만 현재는 4층까지만 남았다.
이날, 경기도에 눈이 내리지 않아 무턱대고 출발했는데, 충남은 전날 많은 눈이 내렸다고. 평상시 같으면 눈 내린 날은 답사를 다니지 않는데, 이날은 눈 쌓인 교정과 석탑, 그리고 파란 하늘이 너무 좋았다.
But, 문화재 정문을 학교 교문으로 쓰는 환경은 나만 좋은가 보다.
돌아와서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학교가 문화재 안에 있어서 건물 증축, 신축이 어려워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니 학교 이전 대책마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이 학교는 보령읍성 안에 있기에 더 특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문득 학교가 없어지고 그 자리를 그냥 잔디밭으로 만든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문화재위원회에서도 학교와 문화재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주면 좋으련만....
아차차, 우리 동네 문화재도 어쩌지 못하는데 오지랖이 넓었다.
읍성 바깥 주택가 담벼락엔 읍성 축성 과정과 석탑을 만드는 모습을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좀 더 고증을 하고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그냥 이 모습 그대로를 감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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