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01)
국화(菊花)
[唐] 원진 / 김영문 選譯評
국화 떨기 집을 둘러
도연명의 옛집인 듯
울타리 두루 도니
해는 점점 기우네
꽃 중에서 국화만
아끼는 게 아니라
이 꽃 모두 피고 나면
다시 필 꽃 없음에
秋叢繞舍似陶家, 遍繞籬邊日漸斜. 不是花中偏愛菊, 此花開盡更無花.
가을꽃을 대표하는 국화가 언제부터 은자(隱者)의 상징이 되었을까? 대개 중국 동진(東晉) 시대부터로 본다. 도연명이 은거생활을 하면서 자기 집 울타리에 두루 국화를 심었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니, 유연히 남산이 눈에 들어오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도연명의 「음주(飮酒)」 다섯 번째 시에 나오는 천고의 명구다. 맑고 투명한 가을날 울타리 곁에서 노란 국화를 따는데 저 멀리 푸른 기운이 감도는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 꾸밈이 없고 아무 가식이 없다. 역대로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도연명의 이 시구를 본받아 국화를 기르고, 국화를 감상하고, 국화를 읊었다. 또 국화는 매(梅)·란(蘭)·국(菊)·죽(竹) 즉 사군자에 속하여 문인화의 단골 소재로도 사랑을 받았다. 사군자가 언제부터 군자의 네 가지 전형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원(元)·명(明) 시대 이후 정착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매화는 봄, 난초는 여름, 국화는 가을, 대나무는 겨울에 대입하여 그 변함없는 품격을 찬양한다. 이 중 국화는 특히 서리를 맞고 피어나므로 그 꿋꿋한 모습을 ‘오상고절(傲霜孤節)’이란 말로 형용했다. 요즘은 모양도 다양하고 색깔도 다채로운 온갖 국화가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모양이나 색깔이 어떻게 변해도 그 모든 국화가 다 지고 나면 어김없이 겨울이 박두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지금 거리마다 노란 국화가 가을 햇살에 빛나고 있다. 바야흐로 계절의 마지막 꽃 국화의 계절이다.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시사철 시름만 주는 나무여 (0) | 2018.10.18 |
---|---|
허공의 비췻빛 옷깃을 적시고 (1) | 2018.10.17 |
봄날보다 나은 가을날 (0) | 2018.10.15 |
찬 구름만 밤마다 날아드는 가을 산사山寺 (0) | 2018.10.14 |
오바이트 하지 마라 (3) | 2018.10.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