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어본 적은 있지만 ( '불가리스' 때문에..?)
막상 발 딛기는 쉽지 않게 느껴지는,
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그곳, 불가리아.
소피아/플로브디프/벨리코투르노보 등 아름다운 여행지를 거쳐
불가리아인의 정신적 중심지로 불리우는 릴라 수도원으로 향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1983년 등재
https://maps.app.goo.gl/Trbe3qogp8CQszMi6
릴라 수도원(Rila Monastery)은 불가리아 슬라브족의 가장 오래되고 활발한 종교 중심지다.
10세기경 동방정교회(Orthodox Church) 성자 반열에 오른 운둔자로 알려진 릴라의 성요한(St John)이 설립했다.
중심부는 13세기에 화재로 완전히 소실되었으나 흐렐류(Stefan Hrelyu)라는 이름을 가진 지방 봉건왕의 기부 덕택에, 최초의 유적지로부터 몇 ㎞ 떨어진 현재의 자리에 수도원을 재건할 수 있었다.
새로운 건물은 15세기에 완성되었으며, 이반 릴스키(Ivan Rilski, 릴라의 성요한) 성인의 유해가 옮겨진 1469년 후 발칸 지역 전체의 순례지가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초 화재로 훼손되어, 1834년~1862년에 재건축되었다.
오스만 제국은 끊임없이 수도원을 습격하고 파괴하였지만 수도원은 이에 굴하지 않고 슬라브 인들의 문화적/국가적 정체성의 성채 역할을 수행했다.
불가리아 르네상스(18, 19세기) 특유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건축과 벽화가 조화롭게 융화되어 있는 매우 훌륭한 예술복합체이자 수세기 동안 문학·예술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를 확산시켜온 슬라브 종교를 발전·보존해온 곳이다.
슬라브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식시키는 상징적인 것으로, 불가리아에서 가장 문화적·역사적·건축학적으로 중요한 유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릴라 수도원' 설명 중 발췌 번역 https://whc.unesco.org/en/list/216
소피아(불가리아의 수도)에서 릴라까지 거리는 약 120km정도인데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대중교통 (왕복인지 편도인지 모르겠다, 22레브 / 약 11유로)
2. 프라이빗 투어 (1인당 약 25~35유로) / 대부분 '보야나 교회 (유네스코 세계유산, 1979년 등재)'를 같이 들러준다.
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 보기로 했다.
릴라수도원에 가기 위해선, 그리스와 북마케도니아 등지를 연결하는 센트럴터미널이 아닌
서부터미널[오브차 쿠펠 아프토가라(Овча Купел Автогара, Ovcha Kupel Bus Station)]로 가야 한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5번 트램을 타라고 나와서, 탔다.
아마 소피아 시내에서 서부터미널을 검색하면 거의 비슷한 루트가 나올 것이다.
하차 안내 방송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나왔어도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구글에서 내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목적지 가까운 곳에 하차해서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면, 터미널이 있다.
인터넷에 보면 두프니차까지 갔다가 갈아타라는 후기도 있던데,
릴라수도원만 갈 예정이라면,
굳이 더 이른 두프니차행 버스를 탈 필요 없이
하루에 한 대, 10:20에 있는 릴라수도원행 버스를 타면 된다.
그 버스는 릴라수도원 앞 주차장에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기사님이 한 숨 주무시고, 15시 또는 15시 30분에 다시 사람들을 태우고 돌아온다.
한참 가다 보니 버스가 선다. 왜인지 사람들이 내리니까 나도 내려본다.
화장실을 가라는 뜻인가? 눈치껏 화장실에 다녀와서 버스 앞에 대기하고 있으려니 자연스럽게 다시 출발한다.
어짜피 전 세계 모든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으니, 대강 눈치껏 하면 된다.
한참을 더 달려, 소피아에서부터 약 2시간 좀 넘게 걸린 끝에
수도원 앞 주차장에 버스가 섰다.
여기서 중요한 점 : 계절따라 날씨따라 버스가 소피아로 되돌아가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몇 시에 되돌아가는지 꼭 시간을 물어봐야 한다.
사실 기사님은 이미 승객들에게 뭐라뭐라 공지를 했다. 내가 못 알아들을 뿐이다...
종이와 펜을 꺼내서 "소피아?? 타임?? 타임??" 이라고 물어보니, 잘 적어주셨다.
수도원 입장은 무료다. 내부 박물관은 입장료가 있다. (잘 기억이 안나지만 8레브(4유로) 정도였던듯)
사진 잘 찍는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보고 있는 것을 기계에 담을 수 없는 아쉬움..
버스는 만석이면 서서 가야 하니, 조금 일찍 내려가서 버스 앞에서 서성이는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기사님이 문을 열어주진 않는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조금 내려가려니..
길이 없어졌다!
기사님이 뭐라뭐라 한다. 사람들이 내린다. 응? 그냥 내리라고?
사람들을 따라서 돌 무더기를 넘었다.
다른 버스가 와서 우릴 데려가려나? 그래도 한시간 넘게 걸릴텐데?
.. 라는 건 나의 나약한 생각이었다!
다시 버스에 타고..
소피아로 돌아왔다.
소피아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이다.
왼쪽은 지하철 역, 가운데 로마시대 유구, 그 너머의 모스크, 오른쪽은 예전 공산당 본부였지만 지금은 호텔과 대통령궁으로 쓰이는 건물이다.
구 소련의 회색빛과, 가장 오래된 유럽 도시라는 자부심과, 유대교당과, 모스크와, 러시아정교회본당이 로터리에 공존하는 곳.
릴라수도원은,
1. 왕복하는데에 하루를 다 쓴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2. 장소가 주는 위압감과 경외심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3. 릴라에 다녀왔다고 하면 나를 대하는 불가리아인들의 호의가 100배쯤 진해진다.
4. 본인이 사진 좀 찍는다고 생각하면 꼭 가볼만한 곳.
5. 웬만하면 투어로 가시길. 가격도 합리적이고, 보야나 교회도 상당히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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