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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비굴한 고구마

by 초야잠필 202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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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는 매화나 고고한 난을 보고 
그 절개를 숭상한다 하였던가-. 

고구마는 그런 절개와는 거리가 멀다. 

매화나 난처럼 곧게 뻗어 자라지도 않고 

땅을 구불구불 비굴하게 덩굴을 만들며 자란다. 

잎을 넓게 펴 최대한 태양빛을 많이 쬐는 것 외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아무리 좋게 봐도 절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겠다. 
 
그런데, 

그렇게 비굴하고 살자고 땅바닥을 기며 커진 고구마는 

잎, 줄기, 뿌리까지 싹다 먹을 것이 되어 흉년에 사람들 목숨을 구했다. 

지금까지 매화나 난을 먹고 죽다가 살아난 사람은 없어도

고구마는 얼마나 많은 사람 목숨을 구했을 것인가! 
 
부처님이 이르기를, 
 
음식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며
의복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사람이며
탈것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며
등불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밝은 눈을 주는 사람이며
집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며
부처님 법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윤회를 끊어주는 사람이니라
 
라고 하였다는데, 
 
아예 자기 몸 전체를 굶주리는 이들에게 보시한 고구마는

아무리 이승에서 비굴하게 땅을 기며 살았더라도 

언젠가는 그 공덕에 부처로 환생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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