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빠른 속도로 "일제강점기 이전의 전통"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앞에는 월대가 복원되고, 조선총독부가 헐리고
광화문 현판도 교체하고,
운현궁에서는 매년 친영례가 행해지고
향사례, 향음례도 복원되었다 한다.
이로써 우리는 일제시대에 강제로 사라졌던 원래 우리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지는 말자.
우리가 복원했다고 생각하는 그 전통의례.
태반은 17세기 이후 예론의 대가, 예송주의자들의 공상에 의해 만들어진 상상의 산물이다.
친영례? 향사례? 향음례?
그딴 거 원래 우리나라는 하지도 않았다.
16세기 이후 주자가례가 조선에 침투하면서
없는 고례는 공상으로 메우며 만들어진 수많은 양반가 의례들, 제사전례, 공증의례가
반가에서 정리되면 그게 예서,
왕실에서 정리되면 그게 의궤다.
의궤가 수천년 내려온 우리 전통 의례를 기록해 놓은 거라고 생각하니 그게 문제라는 말이다.
의궤나 예서에 기록된 의례는 수천년 내려온 우리의 전통이 아니라,
16세기 이후 조선에서 창안된 신제품 의례요,
공상과 상상의 산물이라는 말이다.
전통의 복원은 필자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복원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바보짓은 하지 말자는 뜻이다.
복원된 의례는 전통 역사 쇼 비즈니스로 보면 그 뿐이다.
이걸 가지고 민족 정기가 어쩌고 수천년 전통 어쩌고 하면서 거기다가 또 갖은 분칠을 시작하면
그것 자체가 굴레가 되고 구속이 된다.
고작 수백년 된 공상의 산물에 구속되고 굴레씌워진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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