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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비 되어 날리는 꽃 서러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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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302)


꽃을 곡하다[哭花] 


[唐] 한악(韩偓. 842?~923?) / 김영문 選譯評 


꽃비 흩날리는 아산 공세리성당



향기로운 꽃망울

늦게 필까 근심 했더니


지금 벌써 요염한 홍색

땅에 져서 시들었네


정이 있는 사람이면

어찌 울지 않으랴


한밤중 비바람 불 때

서시를 장송하네


曾愁香結破顔遲, 今見妖紅委地時. 若是有情爭不哭, 夜來風雨葬西施.


꽃비 흩날리는 아산 공세리성당



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꽃비를 뿌린다. 꽃비는 꽃의 죽음이다. 찬란하지만 애잔하다. 지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우리의 꽃 시절도 쏜살 같이 지나갔다. 개화(開花)가 있으면 낙화(落花) 또한 피할 수 없다. 꽃이 피거나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우리는 꽃이 피면 기뻐하고 꽃이 지면 슬퍼한다.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듯 분분히 쏟아지는 꽃비를 가슴 아파한다. 


《홍루몽』 가운데 잊을 수 없는 대목 하나가 바로 임대옥(林黛玉)이 떨어진 꽃잎을 모아 묻어주며 <꽃 레퀴엠(葬花吟)>을 부르는 장면이다. 《홍루몽》을 규정하는 분분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나는 이 장면이야말로 그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꽃비 내린 아산 공세리성당



“차라리 비단 주머니에 고운 뼈 담아/ 한 움큼 정토로 풍류를 가려주리/ 깨끗한 몸으로 와서 깨끗하게 가야하나/ 진흙탕에 뭉개지고 시궁창에 떨어지네/ 너는 지금 죽어서 내가 묻어주지만/ 내 몸 언제 죽을지 점도 치지 못하겠네/ 내가 꽃을 장송함을 남들은 비웃지만/ 훗날 나를 장송할 이 과연 누구일까?(未若錦囊收豔骨, 一抔淨土掩風流. 質本潔來還潔去, 強于汚淖陷渠溝. 爾今死去儂收葬, 未卜儂身何日喪. 儂今葬花人笑癡, 他年葬儂知是誰.)” 


《홍루몽(紅樓夢)》은 제목 그대로 ‘붉은 꽃잎이 떨어지는 봄날의 꿈’이다. 그것은 찰나이고, 수유(須臾)이고, 순식간이다. 스쳐지나가는 아름다운 꿈이므로 덧없고 무상하다. 왕가위 영화와 같다.


떨어지는 꽃에 곡을 하고 장례를 치르는 일은 그 유래가 매우 오래되었다. 이 시도 그렇다. 어제는 꽃이 늦게 핀다고 조바심 하다가 오늘은 덧없이 떨어진 꽃을 보고 곡을 한다. 비바람 속에 떨어진 꽃잎은 나의 피울음처럼 땅을 붉게 물들인다. 월(越)나라 미인 서시(西施)의 죽음을 장송하듯 떨어진 꽃을 보고 서럽게 운다. 내 청춘도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져갔다. 


이 시는 바로 내 청춘을 추모하는 레퀴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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