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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온양민속박물관 이야기

사잣밥, 딱 거기까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

김소월의 '초혼招魂' 중

 

초혼 의식을 치르고 있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상례喪禮'에 관하여 글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을 때, 김소월의 '초혼招魂'이 먼저 떠올랐다.

시에 대한 해석은 논외키로 하고,

이렇게 단편적인 시부터 생각 난 것은 아무래도 나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아직은 한 발치 멀리 있다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초혼招魂'은 임종 직 후 밖에 나가서 떠나는 영혼을 부르는 의식을 말한다.

우리 곁을 떠난 이를 간절히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는 의식이기에 '복復', '고복復' 이라고도 한다.

고인의 속적삼이나 상의를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거나 마당에 나가, 왼손으로는 옷깃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 허리를 잡고 북쪽

을 향해 옷을 휘두르면서 먼저 고인의 주소와 성명을 왼 다음에 큰 소리로 길게 ‘복! 복復!!’하고 세 번 부른다.

북쪽을 향해 부르는 이유는 사자가 북쪽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혼' 의식까지 치뤘는데도, 깨어나지 않으면 그제서야 겸허이 죽음을 받아들인다.

 

사잣밥, 충청남도 서산지역 사잣밥으로 반찬은 무나물을 올렸다, 장철수 고증, 온양민속박물관

 

초혼의식이 끝나면 사잣밥을 차려 키나 멍석에 올리거나 상에 올려 마당에 내놓는다.

사잣밥은 망자를 저승까지 데려가는 저승 사자를 위한 상으로, 우리 망자를 저승까지 데려가는데 잘좀 봐달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지역마다 집집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보통 밥 세 그릇과 반찬, 돈, 짚신 세 켤레 등을 올려 놓았다.  

이렇듯 사잣밥 구성이 세 개씩인 이유는 저승 사자가 '천황사자', '지황사자', '인황사자'로 세 명(편의상 저승사자 세는 단위를

'명'이라고 하겠다)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신사상이라는 무속 신앙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저변에는 불교적인 믿음도 깔려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혼칠백

魄'에 따라 '삼혼魂-태광胎光, 상령爽靈, 유정幽精' 을 데려가는 사자도 세 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잣밥은 절대 방 안으로 들이지 않았는데, 저승 사자를 집 안으로 들이면 줄 초상이 나거나 집에 우환이 들거라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사잣밥이 저승사자에게 바치는 뇌물(?)이기는 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 가지씩 차림에 딱 마당까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