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신작 '도망친 여자'…베를린영화제 감독상(2보)
송고시간 2020-03-01 04:15
조재영 기자
홍상수
송고시간 2020-03-01 04:19
조재영 기자
송고시간 2020-03-01 04:49
조재영 기자
일상·남녀관계 통해 위선·욕망 다뤄…김민희와 7번째 협업
음냐음냐..간만에 첫 사랑 나타나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는데, 방바닥을 더글거리는 움직임
디리릭디리릭....진동으로 돌려놓은 휴대폰이다. 더듬으니 휴대폰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불을 켜니 세상이 밝다. 꿈이었다는 이 처참함.
영화팀장 전화다.
"홍상수 먹었어요. 우리가 썼어요."
한다.
"엥? 홍상수가 먹었데? 역시 바람을 피워야 위대한 인물에 등극하는구만"
우리가 썼다는 말은 애초 베를린특파원과의 업무분담이 어떤 이유로 어그러져 서울 영화팀이 썼다는 뜻이다. 올해 70회 베를린영화제 홍상수 감독상 수상을 알리는 스트레이트 기사 첫 문장을 우리 영화팀이 이리 적어왔는데 무척이나 맘에 든다.
홍상수 감독이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신음하는 한국영화계에 낭보를 전했다.
이것이 어찌 한국영화계 뿐이겠는가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영화계는 그야말로 더 쑥대밭이다. 다른 데 보다 타격이 더 커서, 다중이 모이는 곳이라 해서 영화관마다 폐쇄하거나 텅텅 비는 실정이니 말이다.
수상도 감염인가? 작년 칸영화제에서 봉준호가 황금종려상 먹은 그 감흥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그와 더불어 당당히 세계3대 영화제로 꼽히는 그 유서깊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이번에는 홍상수가 일을 냈으니 말이다.
홍상수...참말로 말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의 연애행각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아닐진댄, 더구나 그것이 본처가 있는 마당에 스물두살 아래 영화배우 김민희와 바람이 났고, 지금은 아예 "사랑하는 사이"라며 공개적인 연애를 하는 마당에, 이는 지난 몇년 지구촌을 들썩이게 한 미투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도망친 여자 한 장면
어제 열린 프랑스 세자르 영화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먹은 로만 폴란스키가 각종 성폭력 전력에 휘말려 대회장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도 못한 것과 심각한 대비를 이룬다 하겠다.
홍상수 영화는 독특하다. 그것도 매우 독특하다. 아무런 맥락이 없이 툭툭 던지는 대사, 그에는 무슨 클라이막스랄 것도 없고, 아무튼 희한한 영화세계를 구축한다. 내가 일전에 말했듯이 나 개인으로서는 '강원도의 힘'을 보다가, 무슨 영화를 저리 만드느냐 한 기억으로 첫 번째로 홍상수와 조우했으니, 이후 그의 영화는 그가 감독인 줄 모른다 해도, 그의 영화를 짐작케 하는 그런 줄곧한 세계를 구축한 괴짜 감독이다.
한데 그렇게 의미없이 주고받는 대사들을 보면 보는 사람도 무척이나 불편하다. 왜 불편한가? 나는 매양 진실은 불편하다 하는데, 인간내면 세계, 특히나 그 맨바닥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까닭이라고 본다.
홍상수가 경쟁부분에 초청된 마당에, 우리로서는 수상 가능성이 낮다 해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거늘, 이번 대회 개막 직전까지 우리 영화팀에서는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저번 칸영화제와는 다르다. 기생충이 받는다 확신은 하지 못했지만, 받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대회기간 내내 팽배했었다.
법정으로 간 홍상수와 김민희. 지금은 지탄받으나 먼훗날에는 세기의 사랑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영화제가 아닌 시상식인 이번 오스카상에서는 긴장감이 더했다. 그만큼 6개 부문 후보 중 유력한 분야가 복수로 존재한 까닭이다. 한데 이번 베를린영화제는 오리무중이었다. 다만 하나 걸리는 점은 분석기사에서 언급되었듯이, 홍상수는 영화제가 좋아하는 감독인 까닭이다. 저만치 자기 세계가 확실한 괴짜야말로 유서깊음을 내세우는 영화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묘한 숙명이 있다.
아무튼 홍상수가 일을 냈다. 사생활은 지탄받아야 할지 모르나, 영화인생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본다.
송고시간2020-03-01 05:01
조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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