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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세계유산을 예약한 가야 죽음들 Gaya Deaths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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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유산이야 득시글하고, 신라 고구려 백제가 다 세계유산이 된 마당에, 심지어 고려까지 북한에서 만든 마당에 가야 또한 세계유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꽤 되었지만, 예서 관건은 가야의 무엇으로써 어떻게 포장해 유네스코에 가져갈 것인가였다. 

가야는 이른바 중앙집권 국가를 이룩한 여타 한반도 다른 왕조와는 달리, 그 존속기간은 이상하게도 500년 안팎으로 길었지만 이상하게도 올망졸망 고만고만한 친구들이 각개 놀음하다가 이리저리 종국에는 신라에 통합 흡수된 마당에, 그네들이 남긴 기록이 없고, 또한 그런 까닭인지 이것이 확실한 가야다! 라고 내세울 만한 주특기가 부족하기 짝이 없었으니 

그런 고민 끝에 결국은 들고 나온 것이 역시나 무덤이었다. 무덤을 들고 나오자 나 역시 그렇했고, 또 비판적인 안목을 나름 갖춘 다른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정말 식상하기 짝이 없었으니, 또 무덤이냐? 우린 무덤밖에 없냐? 는 핀잔을 피할 길이 없었다. 
 

이 지도 보면, 가야라는 키워드로 뽑은 유산이 얼마나 듬성듬성한지 실감한다. 동시대 신라가, 그리고 백제가 고분을 포함해 왕궁 혹은 왕릉, 도시유적을 묶어서 세계유산이 된 것과는 달리, 앙상하기 짝이 없다.

 
 
이는 결국 우리 학계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가야사 가야사 하지만, 이걸 한다는 사람이라 해 봐야 한 줌도 안 되고, 그나마 그것도 이른바 문헌사니 해서 어중이떠중이 다 긁어도 그 연구자는 열 명 남짓하고, 또 문헌에 남은 가야 흔적이라 해 봐야 가야 주체의 시각이 담긴 것은 한 점도 없고, 모조리 이웃 다른 문화권이 간접으로 채록한 것이라는 한계가 뚜렷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돌파구를 문헌에서 마련한다는 것은 백골 난망이라

결국 남은 곳은 고고학밖에 없는데, 이 고고학 하는 꼴은 문헌사 보다 더 한심하기 짝이 없어, 매양 가야 흔적이라 해서 파제낀 것은 무덤밖에 없으니 무엇을 어찌하겠는가?

당시 가야 사람 100명 중 99명은 무덤도 쓰지 못하고 지 부모 시체는 수풀에다가 던져버리고 강물에다 띄어보냈음에도, 그 백명 중 한 명이 남긴 무덤 하나 파고서는 그것이 가야인양 가야문화인양 대서특필하는 지경이 현재도 이어진다. 

세계유산제도 또한 나중에 인류무형유산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무형유산이 생기기는 했지만, 월드 헤러티지는 근간이 유형이라, 물론 그것을 구성하는 핵심 가치는 OUV라 해서 무형가치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무형가치라는 것도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말을 걸 수 있는 유형을 기초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결국 가야 또한 무덤 말고는 없으니 무얼 어찌하겠는가? 
 

김해 대성동고분

 
요새는 조금 다른 데 눈길을 주는 고고학이 없지는 아니해서, 산성도 일부 파제끼는 모양이고, 함안과 김해 쪽에서는 가야 왕궁이라 부를 만한 흔적이 감지되었는가 하면, 바닷가 나루 흔적 비스무리한 것도 포착되기는 했지만, 조족지혈과도 같아 결론은 버킹엄이라고 결국은 무덤 부여잡고, 시체 부여잡고서는 파리로, 유네스코로 이거 세계유산 말들어주십사하고 달려갈 수밖에 없었으니 

그 노력 자체를 내가 폄훼하고픈 마음은 가을 털끝 만큼도 없고, 그런 악조건을 딛고서도 또 무덤으로써 세계유산을 만들어낸 그 기개 악전고투 하나만큼은 높이친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그렇게 해서 이것이 가야라 해서 닥닥 긁어모은 것이 시체집, 무덤이었으니, 그것을 7개 권역별로 묶어 명패는 '가야 튜물라이 Gaya Tumuli'라 붙이고는 이거 세계유산으로 만들고 싶으니 혜량해 주시옵소서 하고는 유네스코에다 던지니,

그 7개 권역이 바로 앞에 첨부한 저 지도라, 구체로 보면 고령 지산동고분군,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이 그들이라, 

유의할 대목은 철저히 지역 균형을 배려했으며, 개중에서도 전북 지역 남원이 마침내 확실한 가야권으로 편입되었음을 보여주는 증좌라 해서 이 사건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할 성 싶다. 

유네스코가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지들이라고 무슨 용 빼는 재간이 있을 리 만무한 법. 이럴 때 써먹을 요량으로 관련 용역을 수행할 관련 단체를 일찌감치 점지한 상태라, 용역은 액수에 관계없이 철저한 수의계약 형태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ICOMOS, 이코모스] 라는 데가 있어, 그짝에다가 니들이 일단 조사 좀 해 봐라 하고 던졌으니, 그 용역 결과가 오늘 문화재청을 통해 공개된 것이라
 

합천 옥전고분

 
이코모스 요 친구들이 이래저래 살피니깐 뭐 이 정도면 등재해도 된다 해서 ‘등재 권고’라는 딱지를 붙여 용역 결과물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다가 던진 것이다. 

문화재청이 우리 성과라 해서 포장해서 오늘 내놓은 자료를 보니, 저들 가야 무덤들이 고분군의 지리적 분포, 입지, 고분의 구조와 규모, 부장품 등을 통해 주변국과 공존하면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해 온 ‘가야’를 잘 보여주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점을 주시하면서

세계유산 등재기준(ⅲ)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나 어쨌다나.

그렇다면  등재기준 (ⅲ)이란 무엇인가?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를 말하는데, 한국정부가 신청한 가야 시체 집들이 이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고령 지산동고분

 
등재 권고를 한 마당에 무슨 이변이 있겠는가? 9월 10~25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제45차 세계유산회의에서 한국은 16번째인가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제 이 세계유산 얘기도 나로서는 참말로 신물이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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