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5)
송학(松鶴)
[당(唐)] 대숙륜(戴叔倫, 732~789) / 김영문 選譯評
비에 젖은 솔 그늘
서늘도 한데
바람에 송화 가루
뿌옇게 졌네
외로운 학 맑은 고요
사랑하는지
조용히 날아와서
안 날아가네.
雨濕松陰凉, 風落松花細. 獨鶴愛淸幽, 飛來不飛去.
(2018.05.08)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박목월, 「윤사월」) 시골 앞산 뒷산에서는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송화 가루가 날린다. 바람이 불면 소나무에서 뿌연 꽃가루가 일어 마치 황사처럼 온산을 뒤덮는다. 거기에 비라도 내리면 계곡이나 길 웅덩이에 노란색 가루가 둥둥 뜬다.
소나무는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절개를 상징하고, 또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장수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송화 가루도 장수 식품 또는 약품으로 취급받아 은사(隱士)나 도사들이 흔히 복용하곤 했다. 당나라 요합(姚合)은 「송화를 따다(采松花)」라는 시에서 “송화를 복용하려 해도 배울 곳 없더니, 숭양도사 홀연히 내게 가르쳐줬네(擬服松花無處學, 嵩陽道士忽相敎)”라고 읊었다. 일종의 선식(仙食)이었던 셈이다.
학(鶴)도 십장생의 하나로 고결함과 장수를 상징한다. 따라서 학과 소나무를 함께 그린 ‘송학도(松鶴圖)’는 고결함과 장수를 두 배로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대체로 남북조시대와 당대(唐代)를 거치면서 소나무와 학을 함께 묘사한 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무렵부터 정형화된 ‘송학도’도 함께 유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도 일종의 송학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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