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신서는 공정한 재판 위한 책…오늘날 법조인도 봐야"
송고시간 | 2019-11-20 06:20
박석무 이사장, 이강욱 위원과 20년만에 번역서 개정판 출간
박석무 선생
나는 다산 띄우기를 찬성하지 아니한다. 다산에다가 오늘을 투영하고, 더구나 그의 18년에 달한다는 강진 유배생활을 핍박받는 지식인을 투영하는 일도 찬동치 아니한다.
다산이 개혁가라는 주장도 동의하지 아니한다. 그와 더불어 정조가 짝짜꿍이었고, 그들이 꿈꾼 나라는 혁신의 나라고 위대한 나라였다는 말도 결코 따르지 아니한다.
정약용을 우리가 아는 그 정약용으로 만든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박석무 선생이다. 참말로 박학다식한 분이며, 선생이 나를 무척이나 아낀다는 것도 안다.
그런 선생이 다산을 저와 같이 말하고 자리매김한다 해서, 나와 생각이 다른 다산을 그린다 해서, 내가 선생을 반대하지는 아니한다. 다산에 미친 선생은 선생 대로 나는 무척이나 존중한다.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다산이랑, 선생이 생각하는 다산이 다르다 해서, 그것이 다산의 저작이 현대어로 번역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과 더더구나 동일할 수는 없다.
내가 다산 혹은 다산학을 동의하건 말건, 그것이 현대의 우리말로 쉽게 읽을 수 있게 번역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막는 논거는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직 다산이라는 한 우물만을 판 박석무 선생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한국고전번역원장을 물러나고 한동안 소식을 알 수 없던 선생이 어느날 나를 호출했다. 우리 담당기자가 이런저런 전차로 선생을 만난 모양인데, 그 자리서 선생이 김태식을 보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한걸음이 달려갔다. 중앙일보 근처였다. 요즘 어찌 지내시냐니 홍석현 회장이 사무실 하나를 주어 이쪽으로 출근하신단다.
점심 먹고 다방으로 옮겨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아직도 다산에 대한 열정은 전연 식지 아니했으니 "그렇게 다신이 좋으세요?" 하고 물으며 나는 웃고 말았다.
그런 선생이 흠흠신서欽欽新書를 더 쉬운 말로 이번에 다시 냈다. 이번에 초역이 아닐진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에 대한 궁금이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된다.
그는 1999년 정해렴 현대실학사 사장과 함께 흠흠신서를 완역했는데, 이번에 이강욱 은대고전문헌연구소 자문위원과 함께 20년 만에 개정판이라고 할 '역주 흠흠신서'를 발간했다. 전체 네 권으로, 번역서 세 권과 원문서 한 권으로 구성됐다. 저본은 1936년에 신조선사가 간행한 다산 문집 '여유당전서'다.
선생이 겪은 고초, 특히 광주운동을 즈음해 그가 겪어야 한 일들은 누구보다 선생 자신이 이런저런 데다가 많이 논급했다. 선생의 회고를 보면, 광주민주화운동에 즈음해 그 주모자처럼 몰린 선생이 엄혹한 감시망을 피해 이런저런 곳을 전전하면서 그런 신세를 다산의 유배에 비긴 대목을 자주 접한다.
다시 말해 박석무 선생한테 다산은 곧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적지 않은 연세, 부디 계속 강녕한 모습으로 다산학에 매진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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