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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를 읽다가>
〈신종神宗〉 원년(1198), 사동私僮 만적萬積 등 6명이 북산北山에서 땔나무를 하다가, 공사公私의 노예들을 불러 모아서는 모의하며 말하기를,
“국가에서 경인년(1170)과 계사년(1173) 이래로 높은 관직도 천인이나 노예 중에서 많이 나왔으니, 장상將相에 어찌 〈타고난〉 씨가 있겠는가? 때가 되면 〈누구나〉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라고 어찌 뼈 빠지게 일만 하면서 채찍 아래에서 고통만 당하겠는가?”
라고 하니 여러 노奴가 모두 그렇다고 하였다. 누런 종이 수천 장을 잘라서 모두 정자丁字를 새겨서 표지로 삼고, 약속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흥국사興國寺 회랑에서 구정毬庭까지 한꺼번에 집결하여 북을 치고 고함을 치면, 궁궐 안의 환관들이 모두 호응할 것이며, 관노官奴는 궁궐 안에서 나쁜 놈들을 죽일 것이다.
우리가 성 안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먼저 최충헌을 죽인 뒤 각기 자신의 주인을 죽이고 천적賤籍을 불태워 그리하여 삼한三韓에서 천인을 없애면,
공경장상公卿將相이라도 우리가 모두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 <고려사> 권129, 열전42, 반역, 최충헌
*** Editor's Note ***
왕후장상에 어찌 종자가 따로 있겠느냐는 저 말이야말로 위대한 권리장전이요 마그나 카르타 다.
저 대목을 접할 때마다 나는 모골이 송연하며 아직도 가슴이 끓는다.
다만 한번으로, 단발로만 끝나고 말았다는 점이 심히 유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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