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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창경궁 행차를 하고 오늘은 순수하는 데로 창덕궁을 골랐으니, 후자는 낙선재 중심으로 돌고 후원은 뺐다. 이미 1세대 봄꽃은 가버리고 지금은 만춘滿春이라, 그에 해당하는 꽃 조공품이 한껏 폼을 발휘하는 시기라 영산홍이 만발하며, 모란은 양지바른 데를 중심으로 피기 시작했으니, 아마 지금부터 대략 2주 정도는 모란 시즌이 되겠고 그것이 끝날 무렵에는 작약한테 패권을 넘겨줄 것으로 본다.
먼저 어제 원앙 찍으러 들른 창경궁은 원앙이 한 마리도 없어 낭패봤다는 말을 했거니와, 내가 언제나 말하듯이 서울 4대 궁과 종묘 중에서 가장 낮게 평가된 데가 이곳이라, 나는 창덕궁보다 창경궁을 좋아한다. 하긴 조선시대, 특히 그 후기에 동궐東闕이라 하면 창덕 창경 두 궁을 합칭했으니, 나는 왜 두 궁궐을 저리 담벼락 쳐서 농가놨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두 궁은 실상 한 구역으로 쳐서 서로 통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암튼 춘당지 오가는 길목 창경궁은 꽃대궐이었으니 이런저런 객설 집어치고 사진들로 그 참상을 감상하고자 한다.
요런 꽃들이 지금 한창이라
그걸 감상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운 나이이니,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봄의 화려함과 연녹색 대비를 나는 무척이나 혹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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