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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유성환의 AllaboutEgypt] 이집트어로 이 단어는?(23) 1년의 마지막 날들 에파고메네스 윤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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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일년의 마지막 5일은 일상적인 날이 아니라 “에파고메네스 윤일(閏日: Epagomenal Days)”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날에 속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잠시 설명 드린 것처럼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태음력이었던 상용력(常用曆: civil calendar)의 1년을 구성할 때 별의 운행에 따라 정한 360일에 이 윤일 5일을 더해서 1년 365일을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인들에게 이 5일은 원래 1 년에는 포함되지 않는 날들로서 각각 오시리스(Osiris) • 이시스(Isis) • 세트(Seth) • 네프티스(Nephthys) • 호루스(Horus) 등과 같은 「오시리스 신화」(Osirian Cycle)에 등장하는 신들의 탄생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이 닷새 동안에는 매우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기에 아무 일도 벌이거나 하지 않고 연말 5일이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 5일간 윤일의 기원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신화가 있습니다.

이집트 오래된 신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이야기는 그리스 고전작가 플루타르코스(Plutarch: 46-119년)가 저술한 『이시스와 오시리스에 대하여』(De Iside et Osiride)라는 작품의 §20 서두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신화에 따르면 헬리오스(Helios = 태양신) 아내인 레아(Rea = 누트)는 헬리오스 몰래 크로노스(Kronos = 게브)와 통정하여 임신을 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격분한 헬리오스는 자기가 지배하는 1년 360일 동안에는 레아가 출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저주를 내립니다.

이때 레아를 몰래 사랑한 헤르메스(Hermes = 토트)가 레아를 도와주기 위해 셀레네(Selene = 달)와 보드게임을 해서 이깁니다.

내기에서 이긴 몫으로 헬리오스가 담당하는 360일에 속하지 않는 5일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헤르메스에 의해 새롭게 생겨난 이 ḥr(j)w-rnpt “1년 너머의 날” = “윤일”에 하루씩 차례로 태어난 신들이 바로 앞서 언급한 오시리스(Osiris) • 하로에리스(큰 호루스 = 아폴론[Apollon]) • 이시스(Isis) • 티폰(Typhon = 세트) • 네프티스(Nephthys)입니다.

아울러 『이시스와 오시리스에 대하여』에 따르면 오시리스와 큰 호루스는 레아와 헬리오스의 아들들이고, 이시스는 레아와 헤르메스의 딸이며, 티폰과 네프티스는 레아와 크로노스의 자식이라고 합니다.

이는 신들의 출생을 담당한 태모신(太母神)이 천계(헬리오스), 중간계(헤르메스), 지상계(크로노스)와 두루 결합하여 서로 다른 신격을 가진 신들을 생산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편, 헤르메스와의 내기에서 진 달은 새로운 5일을 만드는 데 자신의 빛 중 일부를 내주어야 했고 그 때문에 이후로는 이울고 차는 주기를 영원히 반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에파고메네스 윤일 마지막 날이자 올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세트의 배우자 네프티스 여신 탄생일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2022년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저도 올해에는 많은 글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한해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에파고메네스 #윤일 #플루타르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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