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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이미 변한 나, 그땐 그랬던 나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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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누이 말했듯이 영국과 프랑스 땅은 밟은 적 없다. 그래서 이참에 적어도 런던이랑 파리엔 다녀왔단 표식은 내고자 했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파리는 포기해야 했다.

대신 나는 두 가지 코스로 나름 수정했다. 런던과 주변 일대 고고건축물과 영문학 코스를 밟아보잔 심산이었다.

후자는 택도 없지만 영문학의 시원이라 할 캔터베리 테일즈의 고향을 찾았고 오늘 포츠머스 간 김에 찰스 디킨즈 생가는 구경이나마 했다.

사실상 마지막 날인 내일은 셰익스피어 생가를 간다.
 

도버성



고고건축물 중엔 마침 직전에 외우 주민아 선생이 소개한 도버의 청동기시대 목선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오늘 다녀온 포츠머스 로즈마리 선박 박물관은 앞선 포스팅에서 소개했지만 전시시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시기법은 여러모로 스톡홀름 바싸 박물관이 모형이지만 규모가 그보단 적어 그 정도 빛을 내지는 못할성 싶다.

영국도 곳곳의 고건축은 온통 보수 정비 중이다. 캔터베리 대성당은 수술대에 올랐다.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보수구간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야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을 뿐, 기회가 닿는다면 저들의 보수철학과 실제 진행방식을 알고 싶더라.

나는 관광공사에 잠깐 몸을 담았다. 그 잠깐에 세뇌된 말이 관광은 굴뚝없는 산업이요 미래 성장산업의 동력이라는 말이었다. 이건 이후 내가 다른 나라 곳곳에서 체험한 사실이기도 하다. 관광은 그 핵심이 헤러티지다.

환경 자연도 이제는 자연유산이라는 이름으로 헤리티지의 범주에 포박되었다. 그리고 줄곧 말하듯이 그런 유산은 자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그땐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에 가깝지만, 앞으로도 그럴라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풍납토성 경당지구 보존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이 갖은 상념을 들게 한다.



필요하다면 사대강이 아니라 사대강 할애비도 파서 뒤집어야 한다. 개발에 따른 문화유산 파괴?

내보기엔 발굴에 따른 파괴가 더 심각하다. 발굴하는 이유를 모른다. 덮어놓고 개발이 파괴와 동의어로 둔갑한다.

웃기는 얘기다. 개발이 문제가 아니다. 개발은 해야 한다. 뒤집어 엎을 건 엎어버려야 한다.

매장문화재는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말, 새빨간 거짓말이다. 문제는 엎어놓고 난 다음의 철학의 부재다.

스톤헨지가 왜 유명한가? 그것을 유명케 한 동인의 몇백배 몇만배의 동력이 화순에 있고 고창에 있다.

그것이 나를 통탄케 한다.

갈 때가 되니 정제되지 않은 상념이 미친 듯 널뛰기한다.

(2014. 8.1)


***


저 무렵이면 내가 문화재업계 몸담은지 16년을 돌파할 때다. 뭐랄까? 지금 기준으로는 대책없는 보존론자이거나 그에 가까웠던 나는 이미 많은 것이 변해 있었고 이후 또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또 어찌 될지 모르겠다.

매장문화재는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말...실은 나 역시 아무런 의심없이 그 전에는 되뇌이던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 말이야말로 고고학도들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임을 알아챘다. 

그땐 옳았다고 신념한 것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저 무렵 내 생각은 저랬노라는 표식 정도로 남겨둔다.

덧붙여, 이건 내가 두어 번 한 말이기도 하다 기억하는데, 훗날 저 저때 저런 말 했는데 지금은 왜 다른 말 하냐? 이딴 식으로 따지는 일 없기 바란다. 의미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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