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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이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아스널 우승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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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얼마전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기도 한데 이젠 아무도 아스널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우승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23년간이나 아스널 감독으로 철권 통치한 아르센 벵거도 막판에 성적 부진에다가 피로도가 겹쳐 팬들이 반발이 거세지자 권좌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막판 2년을 포함해 그 후임 에머리 감독 1년까지 3년 연속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리그 4위권 내 진입에 실패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리그 5위로 마감하고, 마지막 남은 관문이었던 유로파리그 챔피언 결승전에서도 EPL 라이벌 첼시한테 분패해 그 챔피언한테 주어지는 챔스 진출권 확보도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벵거 시대에는 누구나 아스널이 리그 챔피언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벵거 시대 23년 중 21년인가 연속으로 아스널은 챔스에 진출했고, 개중 무패 우승 신화를 이룩한 그 시즌에는 챔스 결승까지 올랐다가 골키퍼 옌스 레만인지 레드 카드를 받는 불운에 챔피언 문턱에서 주저앉았으니, 얼마나 우승 열망이 컸겠는가?


그런 까닭에 벵거 시대엔 챔스 진출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그것을 넘어 유럽 챔피언과 리그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아스널과 벵거의 시대는 냉혹하게 말하면 무패 우승 직후 내리막길 일로였으니, 무엇보다 기존 하이버리 스타디움을 버리고 6만명을 수용하는 에미리츠 스타디움을 건설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되고, 그에 따라 스타 플레이어들을 다 팔아제껴야 했으니, 이 빚을 갚아야 하는 시대에 아스널은 헉헉대면서도 그래도 챔스 진출을 언제나 했다. 


그 빚을 청산하고 나서도 아스널은 미국발 사채금융으로 무장한 맨유라든가 중동 오일머니를 장착한 맨시티, 그리고 가뜩이나 러시아 석유재벌에 인수된 뒤 막대한 투자를 해댄 첼시 등에 견주어 짠돌이로 유명한 구단주 크란케라는 놈이 전연 선수 유입 자금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근근이 버티다가 그마저도 벵거 말년 시대가 되면, 더는 돌파구가 없어 리그에서도 4위권 밖으로 연속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이제는 팬들도 냉혹하게 아스널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아스널이 챔스나 리그 우승을 말할 능력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우승을 못했다 해서 감독을 갈아치워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현재의 감독 에머리도 우승권에 근접한 성적이 아니라 해서 욕을 쳐먹는 게 아니라, 외질을 전연 신뢰치 아니하는 등의 이해하지 못할 전술을 계속 고집하면서, 성적까지 신통치 아니해서 경질 압박에 시달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승을 못한다 해서 감독을 향해 욕지거리를 하던 말들은 쑥 들어가고 말았다. 이제는 아무도 아스널이 우승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현재의 아스널 전력을 고려할 때 리그 4위 안에만 든다면 그걸로 감지덕지, 감독 능력이 평가받는 시대다. 


어쩌다 이 얘기를 꺼내게 되었는지, 그 비롯함을 글을 쓰다가 잊어버리고 말았다. 언젠간 생각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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