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이 물음은 고고학과 역사학 기반을 말한다. 우리 같으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 같은 통사 기반 기관을 말한다.
이 경우 문제가 생기는데, 이탈리아를 가서 이런 물음을 묻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 그것이라, 묻지 않으니 이태리 쪽에서도 이걸 따로 가공 판매할 이렇다 할 절박성이 없다.
세계가 이탈리아에 요구하는 상품은 이탈리아 그 자체 통사가 아니라, 정확히는 로마제국의 그것이며, 나아가 그만큼 구찌가 큰 것이 이탈리아 미술, 특히 르네상스 이래 미술이라 보아도 대과가 없다.
내가 말하는 저 수요를 충족하려면 어딜 가야 하는가?
언뜻 떠오르지 아니한다.
로마에 포진하는 무수한 박물관 미술관은 전반으로 보아 테마 중심이라, 거개 국립을 표방하지만, 테마 중심인 까닭에 그것이 표방하는 주제에 충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 구심 최중심 베네치아 광장 주변만 해도 대체 얼마나 많은 박물관 미술관이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많은 박물관 미술관 중에서 이탈리아 역사 혹은 미술관을 통괄할 만한 데는 어디인가?
놀랍게도 그쪽에는 우리가 말하는 이탈리아 반도 통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박물관 미술관이 없다.
베네치아 광장 카피톨리니 언덕배기 위치한 그 박물관만 해도 그 언덕을 중심으로 전개된 로마사 전문 박물관이지 그렇다 해서 이탈리아 통사 박물관이 아니다.
그렇다고 더 범위를 좁혀 로마라는 도시 전문 박물관인가?
천만에.
그와는 전연 동떨어져서 가서 보면 거개 다 인근 포로 로마노니 하는 로마시대 전문박물관에 지나지 않는다.
테르미니 중앙역 근처에도 무슨 역사고고학 전문박물관이 있으니 그 광장 코앞에 로마 국립박물관이 있으나
조심할 점은 이태리 박물관 미술관은 이름이 졸라 복잡다기해서 도대체 이 친구들은 이런 구질구질한 타이틀을 왜 즐기는지 알 수 없으나,
내 보기엔 그 풀네임을 제대로 제자리서 대는 박물관 직원이 몇 명이나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라, 각설하고 그 박물관 정식 이름이 더럽다.
Museo Nazionale Romano, Terme di Diocleziano
뭐 지들도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 몇이나 될까 내가 궁금하기는 하다.
암튼 이쪽이 그래도 이름만 보면 아 로마라는 시티 자체의 역사를 정리하지 않았을까 싶다만, 또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만,
막상 가서 보면 이건 뭐 로마 시티사인지 이탈리아 역사를 통괄하려 함인지 어중이떠중이 주제 없이 마구잡이 잡탕 전시가 이뤄지는 중이라
우리가 원하는 그런 통사 개념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역사 전모를 그런 대로 맛보기 위한 박물관이 이탈리아에 있기는 한가?
묻지 않을 수 없으니, 있다.
문제는 그런 박물관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아무도 모르니 찾아가는 사람도 없고, 가면 진짜로 그 넓고 거대한 박물관이 파리가 날린다.
어디에 있는가? 에우르EUR 라고 해서 애초에는 무솔리니가 계획한 로마 신도시 지구에 으리으리한 박물관이 있어
이름을 뮤제오
델레 치비타 Museo delle Civilta 라 하고,
이를 영어로 옮기면 Museum of Civilizations 곧 문명박물관이라
이곳을 가야 선사시대 이래 장구한 이탈리아 역사를 그런대로 제대로 맛본다.
문젠 이 박물관을 아무도 안 간다는 사실이다.
관람객?
없다.
파리 날린다.
그래서 역설로 관람 환경은 그리 좋다.
내 혼자 내 맘대로 탱자탱자 하며 노는 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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