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有感

거개 다른 공장이 그렇듯이 우리 공장도 년중 상하반기 각각 한번씩 정기인사를 하거니와, 한달 가까이 계속된 올 하반기 정기인사가 어제로 마무리되었다.

우리 공장은 편집권 독립차원에서 편집총국장제를 도입하고(물론 그것이 이른바 적폐정권에선 유명무실화한 적도 있지만) 그리하여 편집총국장만큼은 1년반이라는 임기제를 도입하는 까닭에 이번 정기인사는 총국장 교체와 맞물려 여타 하반기 정기인사에 견주어 한달 정도 일찍 단행되었다.

나로선 이미 문화부장이 된지 1년반이라 당연히 다른 데로 가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 자릴 비워주어야 하는 까닭에 무데기로 쌓인 책까지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가 넌 딴 데 갈 데도 없고 잘할 때까지 있으라는 통보를 받고는 넉다운한 황당한 일이 있었거니와

나 자신이 인사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당연시한 이번 인사에 나 자신이 어디로 갈까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낭패를 봤다.

직급별로 대개 1주일 텀을 두고 인사가 나는지라 평기자 인사야 오불관언 내 몫이 아니요 후임 부장이 할 일이라 룰루랄라 탱자탱자 하다 느닷없이 일이 터지고 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거의 모든 공장에 공통하는 현상이라 생각하는데 단군조선 이래 인력이 남아돈 적은 없으니 부서마다 사람없다 아우성이라 인사철마다 부장들은 사람 안 뺏기려고, 지키려고 아우성일 수밖에 없다.

모든 부서장은 급격한 변화를 증오한다. 이건 본능이다. 다만 여러 이유로 조금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데 인사권이 경영진 고유 권한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부서원 인사에선 부서장이 깊이 간여할 수밖에 없고 그런 간여를 회사라 해서 전연 고려 안 할 수도 없는 구조다.

다른 언론사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우리 공장에선 뉴스의 생산과 배포 편집방향에서 부장이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민간한 사안이야 결국 편집총국장이 최종 결단하지만 기타 거의 모든 업무는 결국 부장이 결단한다. 물리적으로도 총국장이 그 많은 사안에 일일이 간여할 수도 없다.

따라서 부원 인사에서 부장 의견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 점에서 부서장끼리 부원 인사를 두고 밀고당기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거니와 이런 일은 겪을 때마다 진이 빠지기 마련이다.

누군들 이른바 일 잘하고 인성도 좋다 소문 난 기자를 받고 싶지 않겠는가?

더불어 여러 이유로 나를 떠나겠다는 친구를 가지 말라 막을 수만 있겠으며, 이런 땐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그가 가겠다고 지목한 곳에다가 꽂아주고픈 마음도 인지상정이다.

인사엔 불만이 돋아나기 마련이다.

이번도 그렇고 저번에도 나가고 싶은 사람은 과감히 놓아준다 생각했다. 이번엔 다행히 FA시장에 내놓은 친구들이 그런대로 본인들이 지목한 곳으로 옮겨가지 않았나 자위해 본다. 셋이 나가고 셋이 들어왔으니 사람도 지켰다.

이들을 포함한 새판짜기를 주말엔 해야 한다. 저번 인사에선 의견수렴없이 독단으로 했더니 불만이 적지 아니했다.

각기 장단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런 배치는 피하려 한다. 다만 선호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데는 지원자가 몰리기 마련이라 조금은 골이 아프다.

공식인사는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부서 내 인사가 또 기다리니 이것도 내일까지 결단해야 한다. 

인사는 언제나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