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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 이야기: 신동훈 & 김태식/1-외치 이야기

[외치이야기-14] 불거지는 소송

by 초야잠필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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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가 발견된 알프스 능선. 이곳 어디엔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선이 있다.

 

외치가 처음 발견되어 인스부르크로 이동할 때까지만 해도

이 발견이 순동시대 미라를 발견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이 사건은 평범한 조난자에 대한 사망조사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이 무려 5천년 전 미라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건이 터졌다. 

그 중 몇 가지 이야기만 해보자.

 

발견 이듬해인 1992년 현장 일대를 조사하는 오스트리아 조사단

 

우선 외치가 유럽 순동시대 미라라는 것이 알려진 후

이 미라가 실제로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후 많은 분쟁이 뒤따랐다.

이 미라를 처음 발견한 독일인 부부는 죽을 때까지 미라를 발견한 보상금에 대한 소송으로 세월을 보냈다. 

미라를 처음 운반해 간 북 티롤과 남 티롤 지역도 외치 소유권 문제를 놓고 한판 싸움을 벌였다.

남티롤 지역 주장은 외치가 사실 자기 지역에서 발견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소유권은 이탈리아 남티롤 쪽에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인스부르크 대학에서 이미 외치를 열심히 조사하던 오스트리아 쪽이 이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리가 없다. 
 

발견 직후 유해를 옮기는 모습

 

이런 분쟁이 불거져 나온 이유는 마치 우리나라 옛날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백두산 정계비 분쟁 지역처럼

알프스 산 경계를 따라 그은 경계가 분명하게 표시된 것이 아니고

말뚝을 어느 간격마다 박아 놓고 이 말뚝 사이 직선 경계-라는 식으로 국경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외치가 발견된 지역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영토 과연 어느 쪽이었는가 하는 것은

결국 항공사진 판독까지 가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외치는 이탈리아 쪽으로 100미터 정도 더 들어간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쪽으로 판명이 났다.

최종적으로 이탈리아 남티롤의 승리. 
 

외치가 발견된 곳 (별표)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국경선 (굵은 실선). 싸움나기 딱 좋은 장소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대로 분쟁이 끝이 났으면 좋겠지만 그 다음은 이탈리아 중앙정부와 남티롤 사이에도 싸움이 벌어졌다.

5,000년 전 사람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럽인 시신 중 가장 오래된 외치를 남티롤 시골 촌구석에 쳐박아 놔서 되겠는가? 

중앙의 번듯한 박물관에 옮겨놔야 한다는 주장이 당연히 나왔다.

남티롤 정부도 당근 결사 반대. 

우여곡절을 거쳐 외치는 남티롤 수도 볼차노에 안치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물론 그때까지 진행하던 인스부르크 대학 연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 주기로 한 것은 나름 신사적 타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외치에 대한 강연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던 인스부르크 대학 사람들은 불만이 컸다고 하는데 

어찌 되었건 볼차노로 외치가 옮겨진 날은 축제와 같았다고 한다. 

인스부르크 대학에서 볼차노로 외치가 옮겨지고 있는 모습.

 

 

운반중의 삼엄한 경계

볼차노 시는 외치를 보관하기 위한 전용박물관인 남티롤 고고학박물관을 마련하였고

여기에 외치와 함께 발견한 유물들이 전시되었다. 

어찌 되었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외치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박물관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는 셈이 됐다. 
 

외치가 발견된 곳에는 기념물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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