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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장성의 의미

by 초야잠필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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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이라는 것은 역사상 여러 번 출현했는데 꼭 동양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양사에도 로마가 새외의 이민족에 대해 장성을 쌓은 적이 있다. 로마사에서는 이를 limes라고 부르는데 로마 제국 국경지대 여러 곳에 흔적이 남았다고 안다.

이 limes 중에 유명한 쪽이 영국에 있는데 Hadrian's wall, Antonine wall이다.


영국의 Hadrian's wall과 Antonine wall. 로마가 이민족 방어를 위해 쌓았다고 한다.
Hadrian's Wall. 이 장면은 Hadrian's wall을 소개하는 글에서 많이 등장한다. 필자는 가 본 적은 없는데 아마 포토존이 그렇게 되어 있나보다 추측한다. 실제로 가본 사람 말로는 상당히 잘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위 사진을 보아 알겠지만 이 limes. 나지막하다. 원래 높았던 것이 무너진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단 폭을 보면 원래부터 그리 높았을 것 같지 않다.

장성이란 그런 것이다. 방어용이라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군사적인 면만 따지자면 그 긴 국경을 길게 이어진 장벽으로 방어를 하자니 이것처럼 수지 안맞는 공사는 없다.

장성은 한 곳만 뚫리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으니 역사적으로 이 장벽이 적의 전진을 막는 군사적 방어선으로 제대로 기능한 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이로는 당시 초현대적 시설에 해당했다는 마지노선도 그렇게 쉽게 뚫렸으니 로마시대, 중국 진나라 장성이라고 해서 뭐 다를 것도 없다.

고구려의 천리장성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성은 왜 쌓는가? 피아 구분을 위해서이다. 군사적으로 진퇴야 있을수 있겠지만 결국 여기까지는 확보해야 한다. 이 이하로는 내려오면 안된다는 구분을 위해 쌓는 것일 터다.

고려가 천리장성을 왜 쌓았을까? 여진족과 고려인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이러한 상황을 네 글자로 간단히 아래와 같이 쓴다.

"胡漢稍別"이라고. 호한초별이야 말로 장성을 쌓는 최고의 목적이 될 터이다.

우리는 흔히 고구려 천리장성은 중국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어용으로 장성을 쌓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피아간 구분을 위해서 쌓는 것이다. 이쪽과 저쪽의 나와바리 설정을 위해 쌓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변의 장성은 이를 고구려시대에 쌓은 것이 맞다면 도대체 누구와 누구를 구분하기 위해 쌓았을까?


*** 편집자注 ***


멀리 볼 것 없다.
한양도성이 무슨 군사 방어용으로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 넓은 구간을 군바리들이 지켜?
전쟁나면 무조건 버리고 튀어서 산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한양도성은 무엇을 구분했는가?
피아의 차별이다.
여긴 왕의 절대 거주 공간이니 함부로 근접하지 못한다는 차별이었다.
그것을 더 좁힌 것이 왕궁이다.
도성이 묘역이라면 왕궁은 봉분이다.

따라서 장성이니 도성이니 왕궁 담벼락은 군사방어와는 눈꼽만큼도 관계가 없는 싸이코로지컬 보더라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건 구별이 아니라 차별이었다.

왜? 그 경계 안에 있느냐 밖에 위치하느냐는 특권의 문제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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