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박물관에 근무하는 어떤 친구를 만나 커피 한 잔 하며 내가 한 말이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전공이란 무엇인지를 예화로써 잘 보여준다 생각하기에 그때 기억을 더듬어 과연 전문 혹은 전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정리한다.
"너 전공이 무엇이냐 사람들이 물으면, 제 전공은 회화에요, 정확히는 조선후기 불화에요 하지? 그게 전공 맞어? 난 아니라고 본다.
내가 알기로 너 박물관 학예사로 입사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기간 너가 한 일을 상기해 보자. 나도 기억하는 것만을 중심으로 더듬어 보마.
너가 전문 혹은 전공이라 생각하는 불화 전시 몇 번 해 봤어? 내 기억에는 없는데? 10년 동안 불화 전공이라 하면서 10년 동안 불화 전시 한 번 못해 봤는데 그게 전공이라 할 수 있어?
내가 볼 땐 넌 불화 전공 아냐. 앞으로 그걸 전시하거나 조사할 기회가 있을 지 모르나, 기차 떠난 지 10년이면 도로아미타불이며 넌 더는 불화 전공이 아닌 거다.
대신 불화에서 멀어졌지만 수 십개의 전공을 너가 스스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너가 박물관 입사해서 한 일들을 생각해 보자.
너 특별전 A 주무 학예사였지? 그 특별전 주제 너보다 더 잘 아는 사람 대한민국에, 아니 지구촌에 몇 사람이나 있을 거 같나? 난 너가 그 A 최고 전문가라 생각한다.
그러고 너 특별전 B 기획했지? 그 B 너보다 더 잘 아는 사람 지구촌에 몇이나 될 것 같은가? 난 너가 이 B 최고 전문가라 생각한다.
전공? 전문? 너가 그렇게 생각하는 불화? 너 타고 날 때부터 그거 공부하고 전문가였니?
학부 다니면서 조금 관심 있다가 대학원 들어가서 학위 논문 쓴다고 그거 몇 년 관심있게 조사하고 글 썼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는 너가 불화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전공 전문 맞다. 다만, 너가 생각하는 전공 전문도 실상 알고 보면 X도 아니어서, 너 스스로가 만들었을 뿐이고 무엇인가 글을 쓰야했기에 그걸 쓰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다.
전공은 너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만들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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