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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전차 경주하고 공연하던 벨로드롬에서 공연 아니면 뭘 하란 말인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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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르코 마르시모 소나무

 
영어로는 Circus Maximus 라 쓰고, 서커스 막시머스 정도로 읽겠지만, 어찌된 셈인지 키르쿠스 막시무스라고 표기하는 일이 많거니와 이는 라틴어인 까닭이다. 라틴어를 직접 조상으로 삼는 현지 이탈리아 표기는 치르코 마시모 Circo Massimo 라, 이태리어는 연자음을 다 발음해야 하니, 현실에 가깝게 표기한다면 치르코 맛씨모 정도가 되겠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인가? Circus Maximus는 라틴어라, 뒷말  Maximus야 볼짝없이 maxium 직접 조상이니 가장 대따시 크다는 뜻일 터이요, Circus는 지금도 흔히 사용하는 그 곡예단 서커스랑 근본이 같거니와, 저 말은 곡曲에 중점이 가 있으니, 빙글빙글 구부러진 데를 돌아서 다시 온다는 뜻이라, 회로를 의미하는 서킷 circuit이랑 뿌리가 같다. 결국 회전이라는 뜻이니 

요컨대 Circus Maximus는 가장 규모가 큰 회전장, 곧 벨로드롬velodrome을 말한다. 벨로드롬이라면 흔히 사이클을 떠올리겠지만, 그 옛날 사이클이 있을 수는 없으니, 그에 해당하는 운송도구 운반도구가 수레였으니, 또 그것을 끌고 다니는 동물이 말이었으니, 말 경주장 수레 경주장을 벨로드롬이라 한다. 

 

이 넓은 데서 뭘 할 게 있단 말인가? 딩가딩가 공연이나 할 뿐이다.

 
라틴어 Circus Maximus는 가장 큰 벨로드롬이라, 그 자체 고유명사라고 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경우 키르쿠스 막시무스, 곧 치르코 마시모는 로마 구심 한복판,  콜로세움 서남쪽 아주 가차운 지점에 그 터만 남아 편린을 겨우 전하는 그 로마제국시대 벨로드롬을 말한다. 
 

 
 
구글지도 평면도와 위성지도에서 보면 희한하게도 그 남은 흔적이 그대로 벨로드롬 그것이다. 나는 저런 터만이라도 남았다는 사실을 기적으로 보는데, 저기다 왜 다른 건물을 짓지 않고 놔뒀는지 알 수가 없다. 보다시피 금싸라기 땅이잖아?

로마에는 저런 데가 한 군데가 더 있다(더 있을 수 있지만 본 게 전부라서). 나보나광장이다. 베르니니 조작이 일품이라 해서 젤라또 빨며 난리치는 그곳 말이다. 
 

 
이것이 현재 남은 나보나 광장이라, 보다시피 그 구조가 딱 벨로드롬 그것이다. 저 구조물 자체가 곧 벨로드롬인가는 논란이 있을 수가 있으니, 이전에 소개했듯이 그 귀퉁이 한 쪽을 발굴한 지점이 현지 보존되어 있는데, 벨로드롬을 훨씬 더 컸다. 한데 희한하게도 저 모양 벨로드롬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신통방통할 뿐이다. 

다시 치르코 마시모로 돌아가 로마시대 전차경기장 chariot-racing stadium이면서 대중엔터테인먼트 시설인 이곳을 현대에 어찌 활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이태리에서 논란이 벌어진다 하거니와,

 
대형 콘서트장으로 변한 고대 로마 전차경기장…훼손 위기
송고시간 2023-08-10 01:57 요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서 지진급 진동…후추 스프레이 소동에 낙상사고까지
 

대형 콘서트장으로 변한 고대 로마 전차경기장…훼손 위기 | 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고대 유적지 키르쿠스 막시무스를 콘서트장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www.yna.co.kr

 
 
그 일단을 전한 것이 이 소식이라

이런 소식을 보면서 이짝이나 저짝이나 사는 꼴은 똑같다는 심산을 굳힐 수밖에 없거니와, 저 논란을 두고 웃기는 점이 그래 저곳에서 공연한다 해서 난리라는데, 저곳은 본래 그런 곳이었다.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그 고유 혹은 핵심가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저곳은 딩가딩가 두들기고 때려부수며 그것을 통해 희락과 쾌감을 즐기는 그런 난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런 데서 공연을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한단 말인가? 
 
보도를 보면 저곳을 관리하는 콜로세움고고학공원 소장이라는 친구가 "키르쿠스 막시무스는 경기장이나 콘서트장이 아닌 유적지"라며 이곳에서 대형 콘서트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친구다.

이 문제는 결국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 저곳에서의 공연이 초래하는 불편을 참을 수 없다는 현지 주민의 볼멘소리가 발단이 아닌가 하거니와, 그런 점들이라면 나 역시 충분히 동의하겠다. 

얘기 나온 김에 저 벨로드롬은 실은 빈껍데기만 남았으니, 그럼에도 실은 젤로 압권인 대목은 그 테두리를 두른 거대한 소나무 노거수들이다. 
 

벨로드롬 둔덕 소나무

 
로마의 소나무는 그만큼 압도하는 힘이 있는데, 한반도 금강송이 최고라는 밑도끝도 없는 자신은 실은 로마 소나무 앞에 서면 번데기 앞에 주름 잡은 꼴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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