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Circus Maximus 라 쓰고, 서커스 막시머스 정도로 읽겠지만, 어찌된 셈인지 키르쿠스 막시무스라고 표기하는 일이 많거니와 이는 라틴어인 까닭이다. 라틴어를 직접 조상으로 삼는 현지 이탈리아 표기는 치르코 마시모 Circo Massimo 라, 이태리어는 연자음을 다 발음해야 하니, 현실에 가깝게 표기한다면 치르코 맛씨모 정도가 되겠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인가? Circus Maximus는 라틴어라, 뒷말 Maximus야 볼짝없이 maxium 직접 조상이니 가장 대따시 크다는 뜻일 터이요, Circus는 지금도 흔히 사용하는 그 곡예단 서커스랑 근본이 같거니와, 저 말은 곡曲에 중점이 가 있으니, 빙글빙글 구부러진 데를 돌아서 다시 온다는 뜻이라, 회로를 의미하는 서킷 circuit이랑 뿌리가 같다. 결국 회전이라는 뜻이니
요컨대 Circus Maximus는 가장 규모가 큰 회전장, 곧 벨로드롬velodrome을 말한다. 벨로드롬이라면 흔히 사이클을 떠올리겠지만, 그 옛날 사이클이 있을 수는 없으니, 그에 해당하는 운송도구 운반도구가 수레였으니, 또 그것을 끌고 다니는 동물이 말이었으니, 말 경주장 수레 경주장을 벨로드롬이라 한다.
라틴어 Circus Maximus는 가장 큰 벨로드롬이라, 그 자체 고유명사라고 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경우 키르쿠스 막시무스, 곧 치르코 마시모는 로마 구심 한복판, 콜로세움 서남쪽 아주 가차운 지점에 그 터만 남아 편린을 겨우 전하는 그 로마제국시대 벨로드롬을 말한다.
구글지도 평면도와 위성지도에서 보면 희한하게도 그 남은 흔적이 그대로 벨로드롬 그것이다. 나는 저런 터만이라도 남았다는 사실을 기적으로 보는데, 저기다 왜 다른 건물을 짓지 않고 놔뒀는지 알 수가 없다. 보다시피 금싸라기 땅이잖아?
로마에는 저런 데가 한 군데가 더 있다(더 있을 수 있지만 본 게 전부라서). 나보나광장이다. 베르니니 조작이 일품이라 해서 젤라또 빨며 난리치는 그곳 말이다.
이것이 현재 남은 나보나 광장이라, 보다시피 그 구조가 딱 벨로드롬 그것이다. 저 구조물 자체가 곧 벨로드롬인가는 논란이 있을 수가 있으니, 이전에 소개했듯이 그 귀퉁이 한 쪽을 발굴한 지점이 현지 보존되어 있는데, 벨로드롬을 훨씬 더 컸다. 한데 희한하게도 저 모양 벨로드롬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신통방통할 뿐이다.
다시 치르코 마시모로 돌아가 로마시대 전차경기장 chariot-racing stadium이면서 대중엔터테인먼트 시설인 이곳을 현대에 어찌 활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이태리에서 논란이 벌어진다 하거니와,
대형 콘서트장으로 변한 고대 로마 전차경기장…훼손 위기
송고시간 2023-08-10 01:57 요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서 지진급 진동…후추 스프레이 소동에 낙상사고까지
그 일단을 전한 것이 이 소식이라
이런 소식을 보면서 이짝이나 저짝이나 사는 꼴은 똑같다는 심산을 굳힐 수밖에 없거니와, 저 논란을 두고 웃기는 점이 그래 저곳에서 공연한다 해서 난리라는데, 저곳은 본래 그런 곳이었다.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그 고유 혹은 핵심가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저곳은 딩가딩가 두들기고 때려부수며 그것을 통해 희락과 쾌감을 즐기는 그런 난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런 데서 공연을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한단 말인가?
보도를 보면 저곳을 관리하는 콜로세움고고학공원 소장이라는 친구가 "키르쿠스 막시무스는 경기장이나 콘서트장이 아닌 유적지"라며 이곳에서 대형 콘서트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친구다.
이 문제는 결국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 저곳에서의 공연이 초래하는 불편을 참을 수 없다는 현지 주민의 볼멘소리가 발단이 아닌가 하거니와, 그런 점들이라면 나 역시 충분히 동의하겠다.
얘기 나온 김에 저 벨로드롬은 실은 빈껍데기만 남았으니, 그럼에도 실은 젤로 압권인 대목은 그 테두리를 두른 거대한 소나무 노거수들이다.
로마의 소나무는 그만큼 압도하는 힘이 있는데, 한반도 금강송이 최고라는 밑도끝도 없는 자신은 실은 로마 소나무 앞에 서면 번데기 앞에 주름 잡은 꼴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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