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내가 일본 쪽은 아무리 찾아도 그 형적이 드러나진 않지만 중국이나 한반도는 이른바 오악五岳 숭배가 있어
그 연원을 따지면 중국의 경우 주대周代엔 그 흔적이 있지 않나 하지만 그 역사성을 따지긴 심히 곤란하고 통일왕조를 이룩한 진한秦漢 이후엔 확실히 자리잡았으니
다만 이것도 왕조가 분열하면 비실비실이라 하는둥마는둥 하는 일이 많다.
한반도는 백제도 있었고 고구려는 기록이 전하지 않고 신라는 통일 이전은 기록 망실이라 다만 통일기엔 확실히 있었다.
이에다가 삼산을 더해 삼산오악이란 말도 있거니와 예서 관건은 오악이라 이는 동아시아 특유의 천문지리관, 특히 땅을 네모나다 보고 그 사방에다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산악 하나씩을 설정하고는 그것을 국토수호신으로 본다는 점이니
이런 방위신 발상은 동아시아 문화 특질 중 하나다. 문제는 동서남북을 어찌 설정하느냐인데 그 준거가 있어야 한다. 이른바 기준점이 그것이다.
이 기준이 바로 중앙이라, 사방은 곧 오방인 이유가 중앙이 자동설정됨에 말미암은 것이다.
오악신앙은 누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이에서 행정구역의 위계가 돌발하는데 현재를 준거로 삼으면 시군구 기초지자체가 있고 다시 그 우에 광역지자체가 있으며 그 최정점을 국가가 차지한다.
이 행정단위별 오악이 따로 있다.
신라의 경우 왕도 금성의 오악이 따로 있고 신라 전체의 오악이 따로 있다.
다만 이 계층질서가 확연하지는 않은데 그건 각 지역이 처한 특수성에 말미암는다.
예컨대 평야지대엔 오악이 없다.
경주의 경우 오악 중 중악이 없다. 경주 평야이기 때문이다. 대신 경주는 분지인 까닭에 사악이 있다.
그 사악 중 서악이 선도산이다.
그렇담 경주는 오악이 아닌가? 중악이 없어 설정할 수 없었을 뿐이지 오악 없는 사악이 있을 수는 없다.
곧 사악은 중악을 중심으로 성립하는 까닭에 사악 자체가 오악이다.
이 점을 망각하면 헛소리가 난무한다.
이 오악신앙은 국토수호신앙이요 그 관념의 집합체다.
이 오악신앙을 알아야 불교사천왕을 이해한다.
오악은 생각보단 구멍이 많다. 이 구멍을 메꾸고자 등장한 것이 다시 그것을 각기 세분해 탄생한 팔방이다.
이 팔방 역시 중앙을 기점으로 삼으니 실제는 구방이다. 이 팔방 구방이 불교를 차용한 것이 바로 팔부중이다.
한데 사방 팔방은 공간이다. 뭔가 하나가 빠졌다.
이걸 알았다.
그렇다. 시간이다.
시간이 빠졌음을 알고는 그것을 커버할 궁리를 하는데 그에서 발명한 것이 바로 12지다.
일년은 열두달임을 착목한 그들은 각 달마다 시간신을 배치하는데 새로 발명하기엔 골치가 아프니 기존에 통용하는 유사상품을 그 자리에 메꾸는데 이리해서 12지가 끼어들어왔다.
왜 신라왕릉이나 탑에 12지가 등장하는가? 시간의 공간화다.
이리 해서 마침내 지상의 제왕은 하늘을 대신해 지상 왕국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양대 그물로 겹겹이 포섭한다.
동아시아 군주는 시간과 공간의 독점자다.
그 자리는 어느 누구도 침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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