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새벽에 전화 소리에 잠을 깼다. 보니 방탄소년단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8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송고를 기다렸다.
5시 39분에 한 줄짜리 1보 보내고, 곧이어 그에 좀 보탠 2보, 그리고 그것을 종합한 다음 기사
방탄소년단, 빌보드 '핫 100' 8위…K팝 그룹 최고 기록(종합)
가 나간 시점이 6시13분이다. 핫 100이니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이니 하는 차트는 발표 시점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지들 꼴리는대로라, 이게 가요 담당기자들한테는 지랄이라, 나야 그런대로 잠이라도 들었지, 우리 가요담당 기자는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날밤을 깠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벤져스4 주연배우들
내일은 마블 시리즈 신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저스4)'이 개봉하는 날이다. 한국인의 마블 영화에 대한 유별난 애착은 익히 알려졌거니와, 이번에는 더한 듯 BTS가 한 곡조 읊조린 직후에는 그와 관련한 소식이 들어온다. 보니
'어벤져스:엔드게임' 예매량 200만장 육박…흥행 광풍 조짐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은 조조부터 심야까지 개봉 매진
이란다.
열풍이라는 말도 모자라 광풍이란다. 그랬다. 뭐 저 정도면야 광풍 질풍 태풍 아니겠는가? 6시 43분 저 기사를 내보내고 회사로 출발하려는데 다시금 그 후속 기사가 들어온다.
한국 관객의 남다른 '마블사랑'…"10년은 더 흥행할 듯"
저 기사 송고키를 누른 시점이 7시 3분. 바나나 하나 까서 우거적우거적 씹으면서 회사로 향한다.
BTS가 한반도발 한류라는 상품이라면, 후자 마블 영화는 수입품이다. 수출이건 수입이건, 이젠 문화가 대세를 점거한 시대를 우리는 산다.
자동차 조립
그간 문화계를 중심으로 언제나 "이젠 문화의 시대"라 했지만, 언제나 구호일 뿐, 그 문화 역시 스펙트럼이 다양해, 이에서 말하는 문화의 시대란 실은 경제 측면이 강해 주로 대중문화를 말했다. 대중문화건 순수문화건, 오늘 우리 공장 문화부에서 다룬 저 두 사건이 상징하듯 이제는 말로만 문화의 시대가 아닌, 명실이 상부한 문화의 시대를 우리는 진입했다.
이제 문화는 추상이 아닌 구상이요, 그것은 권력이며, 그것은 정치이며, 그것은 경제이며, 그것은 사회다. 이걸 인정해야 한다.
BTS가 지닌 권력은 이미 문재인과 대한민국 국회를 넘었으며, 세계 제국 대통령이라는 도널드 트럼프도 범접하지 못한다. 이들이 권력 아니라 누가 말하겠는가? 어벤져스 군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즉 제조업만이 경제이며 우리가 살 길이라는 환상과 미몽을 깨어날 줄 모른다. 전경련은 이들의 소굴이다. 이들은 반도체며 자동차며 조선업과 같은 제조업만이 경제라고 주장하며, 언제나 여가와 휴일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그리하여 대체휴일제도 넝마로 만들고 말았으며, 주52시간제 역시 각종 명분을 달아 무력화를 시도한다.
문화재 관점으로 보건대 전경련이 대표하는 제조업 중심을 유형문화라 한다면, 새롭게 대두한 문화산업은 무형문화에 비견한다.
BTS가 상징하는 문화산업은 무형문화다!
이제 산업 중심은 재편했다. 재편 중이 아니라 이미 재편했다. 권력과 정치와 경제와 사회를 견인하는 주축은 이미 문화로 넘어온 지 오래다. 이걸 제조업 중심 전경련은 인정하지 못할 뿐이다. 라이어츠게임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을 대체한지 오래다.
여가와 휴일은 새로운 경제 동력이다. 그것은 권력이며 그것이 정치이며 그것이 경제다.
반도체가 무너지고 자동차가 붕괴하고 조선이 나락에 떨어진 자리에서 문화콘텐츠가 일어섰다. 컨텐츠라는 무형문화가 대세인 시대다.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
반도체를 만들어야, 자동차를 조립해야, 선박을 건조해야 그것만이 산업이고, 그것만이 경제인양 떠드는 전경련은 구시대 유물이다.
휴일, 혹은 여가시간 공연 보고 영화 즐기며, 게임하며, 모텔 투숙하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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