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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대’라는 말이 있다.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쉽게 말하면 해당 분야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 분야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그 분야에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기 마련이다.
현대사회는 무수히 많은 전문가가 존재한다. 학문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연애 전문가, 투자전문가, 정리수납 전문가, 커피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등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전문가의 분야는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전문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60년대에 자동차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택시기사’가 운전 전문가였지만,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성인은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다. 이제 운전의 전문 분야는 중장비, 크레인 등 다른 분야로 변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전문가가 탄생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대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그렇다. 이처럼 전문가의 영역과 분야는 사회 변화의 흐름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하여 전문가로서 입지를 갖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한 번 전문가가 영원한 전문가가 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전문 분야로서 인정받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문화재’가 그럴 것이다.
문화재는 오랜 시간 인간의 문화활동에 의해 창조된 산물로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살아온 전시대를 아우른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만큼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사적, 천연기념물과 명승, 등록문화재 등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이렇게 종류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가 이러한 문화재의 형태적 가치와 내재된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연구, 보수, 발굴, 활용 등의 일을 하고 있다면 ‘문화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문화재 업무’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을 우리는 ‘문화재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문화재의 종류와 상관없이 문화재의 보수, 정비, 발굴, 활용 등 문화재 업무를 직업으로 가진 문화재 전문가는 누구일까? 그들은 바로 지자체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학예연구직 공무원들이다. 흔히 학예연구사라고 불리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자체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화재청에서 소관하고 있는 문화재 관련 각종 업무가 귀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자체 학예연구사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보면, 문화재 보수 및 정비는 기본이고 문화재 관련 각종 인허가 협의,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문화재 지정조사, 문화재 활용사업, 천연기념물 구조치료까지 전방위적으로 관련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들에게 개인적인 전공 분야가 있을 수는 있어도, 업무에 있어서는 특정한 문화재를 가리지 않는다. 건축물, 도자기, 성곽, 고분 등 잘 알려진 문화재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독수리, 물에 사는 수달, 몇 백 년된 팽나무, 심지어 공룡 발자국 화석까지 그 어떤 종류의 문화재도 가리지 않는다. 이들에게 ‘문화재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앞에서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했는데, 지자체 학예연구사들이야 말로 문화재 일에 종사하며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재 행정을 수행하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학예연구사 1~2명이 수 많은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전문가로서 업무의 영역은 인정받았을지 몰라도 이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이에 2019년 지자체 학예연구직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전국학예연구회’를 조직하였고, 지자체 학예연구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2020년 문화재보호법에 지자체에서 문화재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의 의무배치 조항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마침내 2021년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현재는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부디 조속한 시일 내에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진정한 문화재 전문가로서 학예연구사의 전성시대가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서현 용인시청 학예연구사
* 이 글은 2022년 12월 1일 중부일보 [학예사 기고] 코너에 실은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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