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만의 영화관 외출이라 아들놈이 영화보러 가재서 집구석에 있어봐야 잠만 자니 그래 가자 해서 인근 용산 cgv로 조조행차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맨 먼처 맞아 좌초한 데로 영화관 만한 데가 있을까?
나 역시 얼마전까지 명색 영화 담당 문화부장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영화관 한번 제대로 가 보질 못해 못내 미안했거니와 그리하여 그 참상이 어떤지는 간접으로만 접할 뿐이었으니
일요일인 오늘 그 현장을 뒤늦게 살핀다.
영화광인 아들놈도 일찌감치 넷플릭스로 전환하고는 방구석족 된 지 오래라 저 또한 하도 간만이라며 하는 말이 가관이라..
팝콘 맛을 잃어버렸어
하는 게 아닌가?
그래 대따시 큰 팝콘 한 사발 사서 부자지간 우거적우거적 씹어돌리자 도원결의하면서도 이리 손님이 없는데, 더구나 조조인데 못내 팝콘을 팔랑가 의심스러웠거니와 다행으로 가게 문은 열었으니
통탄스럽게도 그 가게 알바 직원이랑 관람객 숫자가 같다.
그 풍경에 아들놈도 못내 좀 찡한지 알바들 편해서 좋겠지만 많이 짤린 것 같다 한마디 한다.
하도 이 사태 와중에 그 넓은 영화관에서 혼차 영화봤다는 후기가 많았으니 그래도 오늘은 대강 헤아리니 스무명 남짓 하지 않나 하는데 거리두기 운운해도 적당히는 차야 할 텐데 걱정은 걱정이다.
영화별 시간대별 좌석숫자가 남은 것인지 팔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뭐 사정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조조라 더 그랬겠지만, 이 넓은 실내가 너무나 휑뎅그레해서 파리는 고사하고 귀신이 나와 설칠 법하다.
1917....내 기억에 봉준호 기생충이랑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경쟁했고, 영화기자들 얘기가 참말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최고로 했거니와, 이 영화를 골랐으니 아들놈 가로대 "코로나에 망한 대표 영화"란다.
아이맥스인가 뭐시긴가 어질어질해서 나로서는 멀미가 났다.
그냥 찍지 뭐 저리 복잡계를 골랐는지 모르겠다.
여러 모로 기존 영화가 시도하지 못한 혁신들을 꾀했거니와, 다만 중반부 이래도 주제 의식을 너무 강요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짙었다. 이 짙은 주제의식 노출이 흠결이 되지 않았나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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