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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천상을 향하여, 천마를 위하여 : 한 무제 유철의 천마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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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대 황제 중에서도 진 시황제와 함께 신선을 향한 욕망이 가장 높은 이로 정평 난 한 무제(漢武帝) 유철(劉徹. 재위 BC 141∼BC 87). 그의 이런 욕망은 天上의 신선(神僊) 세계를 동경하며 그곳에 오르기 위해 천마가(天馬歌)를 불렀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한서』(漢書) 예악지(禮樂志)에 수록된 전한(前漢) 시대 교사가(郊祀歌) 총 19수 중 제10수로 저록된 이 천마가에서 유철은 다음과 같이 천상을 노래하며, 그 상승을 위한 도구로써 天馬를 갈망한다.

 

천마 오니 서쪽 끝을 떠나 사막 건넜으니 구이(九夷)가 복속하네.

천마 오니 땀은 샘처럼 뿜고, 털빛은 호랑이 등과 같으며, 변화는 귀신같네.

천마 오니 풀 없는 들판 지나 천리 달려 동쪽으로 들어오네.

천마 오니 때는 태세(太歲) 집서(執徐), 요(搖) 흔들며 누굴 만나려가?

천마 오니 원문(遠門)을 열치고 이 몸 둥실 띄워 곤륜(昆侖)에 노니네.

천마 오니 용(龍)이 오겠지, 창합(闔)에 노닐며 옥대(玉臺)를 보네.

 

天馬徠, 從西極, 涉流沙 九夷服.

天馬徠, 出泉水, 虎脊兩, 化若鬼

天馬徠, 歷無草, 徑千里, 循東道

天馬徠, 執徐時, 將搖擧, 誰與期

天馬徠, 開遠門, 予身, 逝昆侖

天馬徠, 龍之媒, 游闔, 觀玉臺

 

이 천마가에 대해 漢書 저자인 반고(班固)는 “태초(太初) 4년(BC 101)에 완왕(宛王)을 목 베고 그 나라 말을 얻어 지었다”는 유래를 소개한다. 완왕이란 서역 지방에 있던 대완국(大宛國)이라는 왕국의 왕이라는 의미. 이 천마가에 얽힌 이야기가 바로 신마(神馬)에의 획득 욕망에 한 무제가 온몸을 불태우면서 저 유명한 장건(張騫)이란 자를 대완(大宛)이라는 서역국(西域國)에 보낸 일을 말함인데, 장건이 파견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천리마(千里馬)의 일종인 한혈마(汗血馬)라는 명마가 그곳에 있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한혈마란 달릴 때 땀을 마치 피처럼 쏟아내는 말을 일컬음이다. 


하지만 대완국의 비협조로 천금(千金)을 주고도 얻을 수 없자, 무제는 2차로 대완국을 무력으로 정벌하고 마침내 그토록 열망하던 한혈마를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하니, 그에 얽힌 저간의 사정은 『한서』(漢書) 권 제96 열전(列傳) 제66 서역전(西域傳)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천마가를 통해 말이 갖는 승선물로서의 도교신학적 색채는 한층 분명해 진다.


위 천마가 중 몇 구절을 주(注)하면, 창합(閶闔)에 대해 후한 대 응소(應劭)는 “천문(天門)이다” 하고, 옥대(玉臺)란 “상제가 거처하는 곳이다”(上帝之所居)고 덧붙이고 있다. 나아가 천마가 ‘용의 매파’(龍之媒)라는 구절이 지닌 의미에 대해 응소는 “천마라는 것은 곧 신룡(神龍)의 종류에 속함을 말하는데 지금 천마가 이미 왔으므로, 이는 용이 반드시 이를 것임을 밝혀주는 징조다”(言天馬者乃神龍之類, 今天馬已來, 此龍必至之效也)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곧 천마가 용보다는 다소 격이 떨어지기는 하나 그와 더불어 창합이 정문인 옥대라는 천상의 궁전에 상거하는 상제의 메신저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같은 『한서』 예악지에서 교사가(郊祀歌) 전 19수 중 제10수인 ‘백마가’ 바로 앞에 9번째로 기재된 ‘일출입’(日出入)이라는 또 다른 교사가에서 매우 확연하게 뒷받침된다. 즉, 원수(元狩) 3년(BC 120)에 말을 산 채로 와수(?水)라는 강 속에다가 범람을 막기 위한 희생으로 넣을 때 이를 기념해 지었다는 노래인데 그 중 한 구절에 “태일(太一)이 천마를 내려주시니”(太一況, 天馬下)라는 구절이 발견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천마는 아예 太一, 즉, 전한말기 이후에는 천황대제라는 말로 급격히 대체되기 시작하는 북극신(北極神)의 지상의 제왕에 대한 하사품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김태식, '지상으로 강림한 천황대제로서의 박혁거세 - 신라 건국신화 자란(紫卵)의 실체 해명을 위하여 - '에서  


2005.06.14 08: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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