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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64)
초여름(初夏)
송(宋) 주숙진(朱淑眞) / 김영문 選譯評
맑은 대 그늘 흔들리며
그윽한 창 내리 덮고,
쌍쌍이 노는 철새
석양에 지저귀네
해당화도 다 지고
버들 솜도 잦아든 때
노곤한 날씨에
해는 처음 길어지네
竹搖淸影罩幽窗, 兩兩時禽噪夕陽. 謝却海棠飛盡絮, 困人天氣日初長.
초여름은 아직 봄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계절이다. 화사한 봄꽃이 진 자리에는 초록빛 신록이 점차 푸르름을 더해간다. 아직 더위와 장마가 오지 않아 밤에는 다소 한기까지 느껴진다. 이 계절 저녁이면 새로 모낸 논에 개구리 울음이 지천이고, 앞산 뒷산에 소쩍새 울음 또한 온 산천을 가득 채운다. 아직은 천둥 번개도, 폭우도 잦지 않아 저녁 적막이 사람 심신을 정갈하게 다독여준다. 자연의 기틀에 귀 기울이기 좋은 때다. 신록에 스며든 우주의 기운을 만끽하기 알맞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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