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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요즘 사셨으면 신도시 개발되면서 돈 좀 만지셨을 청대의 문인이자 화가 판교板橋 정섭鄭燮(1693-1765)이 어느 날, 시 한 수를 지으셨다.
큰 눈이 세상 한가득인데 大雪滿天地
어찌 칼 차고 다니십니까 胡爲仗劍遊
마음속 일 말하고자 하니 欲談心裏事
같이 술집에 올라갑시다 同上酒家樓
듣기만 해도 그림이 그려지는데, 눈 오는 날 이 시를 들었다면 양꼬치나 훠궈에 고량주 한 잔을 했을 지 모르겠다.
어쨌건 그로부터 100여 년이 더 지난 어느 날, 조선 말의 서가書家로 이름이 높았던 성당惺堂 김돈희金敦熙(1862-1936)가 이 시를 종이에 옮겼다.
김돈희는 황정견 풍의 행서에 능했다고 하는데, 이 글씨가 바로 그 황정견체이다.
그의 글씨는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어째서인지 좀 알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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