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조선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을 꼽으라면 소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이름의 소학서가 활자와 목판으로 간행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를 필사하여 읽었다."
근자에 '조선의 소학-주석과 번역'(소명출판)이라는 노작을 낸 정호훈이 서문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 조심해야 한다. 판본이 많고, 주석이 많고, 필사가 많다 해서 그 책이 정말로 많이 읽혔거나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기와 판본은 별개다.
내 아무리 봐도 정호훈은 인기와 판본을 혼동한 듯하다. 이는 조선시대 사상사를 전공하는 사람들한테 나타나는 현상의 전형이다.
소학 따위가 재미없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인기 있는 책은 따로 있었다. 판본도 없고, 필사도 없고, 한글번역본도 없는 것이 그런 경우도 있었다.
소학이 대표하는 교과서와 권력의 독서가 밀어낸 진정한 강자를 찾아내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자고로 권력이 강제한 교과서 치고 아름답게 받아들인 책은 없다.
주자어류가 정말로 인기가 많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고리타분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201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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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글에 한국고전번역원 박헌순 선생이 당시 아래와 같은 댓글을 했다. 경청할 만하다.
인구숫자 대비 양반 가문에 태어난 인물들이 소학을 가장 많이 접촉했다는 말은 타당할 겁니다. 여기의 '많이'는 '소학을 한 번 이상 접촉한 인구 숫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소학을 다른 책보다 더 열심히 읽었다.'와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소학은 사실 아이들에게는 무지 재미 없고 내용도 어려운 책입니다. 소학을 많이 읽었다는 말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우리 국민중에 초등학교 교과서를 제일 많이 읽었다고 하는 말과 같습니다.
#베스트셀러 #판본과_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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