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서 2차대전 때 쓰인 226㎏짜리 폭탄 제거
송고시간 2020-09-27 22:28
전성훈 기자
www.yna.co.kr/view/AKR20200927066000109?section=international/all
이탈리아 북부 남티롤 South Tyrol 에 속하는 볼차노 Bolzano 는 문화재업계에서는 유럽 대륙에서는 석기시대를 벗어나 막 청동기시대에 진입하려던 기원전 2천년 전 무렵 어떤 이유로 알프스산맥을 올랐다가 해발 3천미터 고지에서 화살 맞고 죽은 외치 Ötzi 라는 미라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거니와, 실제 이 도시는 이 미라로 먹고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외치가 차지하는 위치가 실로 막중한 소도시다.
이 작은 지방도시는 알프스산이 사방 병풍처럼 둘러친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도시 곳곳에는 전쟁이 남긴 상흔이 적지 아니해서, 그나마 전쟁통에 살아남은 제법 연륜하는 건물들을 보면 곳곳이 총탄자국이요, 지금은 공원으로 변한 곳은 폭탄세례에 건물들이 사라진 곳이다.
또 하나, 이 지방은 제1 모국어가 이탈리어가 아닌 독일어라, 그런 까닭에 도로 안내판 등등을 보면 항용 독일어가 보이는 까닭이니, 지금은 프랑스에 속한 알자스 로렌이 본래 독일 땅이어서 그랬듯이, 이 볼차노 역시 1차대전 전리품으로 이태리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얻은 것이라, 이런 일이 빚어진다. 이태리에 넘어오는 바람에 볼차노라 하지 독일어 본래 지명은 보첸 Bozen 이다.
암튼 보도를 보건대, 이곳 주민 수천 명이 지난 일요일 잠시간 대피를 해야 했다는데, 2차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비폭발 폭탄이 시내 중심가에서 발견된 까닭이라 한다. 그 지점을 베르디광장이라 하는데, 내가 가서 본 그곳이 맞는 듯 싶다.
폭발물 제거라 했지만, 이에 대한 표현을 보면 Neutralizing the explosive 라, 개새끼 중성화하듯이 폭탄도 중성화를 하고는 뜯어제끼는 모양이라, 하긴 불알 없는 남자가 무에 쓸모가 있으리로? 폭탄 역시 불알을 제거하는 모양이다.
문제의 폭탄은 남티롤 주도인 이곳 볼차노 중심부를 차지한 피아차 베르디 Piazza Verdi(틀림없이 그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에서 땄을 법한데)에서 토목건설사업 중인 인부들이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광장 인근 주민 4천 명을 폭탄 제거가 끝나는 몇 시간 동안 긴급 대피케 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떨어진 지역 주민 6만명은 방콕하라 명령했단다.
덧붙여 이곳을 지나 북쪽 알프스산맥을 관통해 오스트리아로 이어지는 브렌너고속도로 Brenner highway 로 알려진 A22 도로 역시 잠시 운용을 정지했단다.
폭탄은 제거되어 멀리 떨어진 통제소로 옮겨졌으니, 우리 같으면 저거 고물상에 넘겨 엿바꿔 먹곤 했는데, 이태리는 우짜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발견된 폭탄 무게만도 우리 공장 로마 특파 전승훈이가 사기를 쳤는지 모르겠지만 226㎏이라 했는데, 와우! 엿이 얼마야? 요새 한창 입시 대목이던데, 저거 팔아 엿 사서 수험생들 농가줬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비폭발 폭탄 문제는 유럽 전역을 통털어 골치인데 특히 영국과 독일이 심각하다. 독일만 해도 매년 2천톤에 달하는 2차대전 폭발물이 발견되니 그러니 왜 히틀러를 지도자로 국민 스스로 선택해 이런 문제를 일으킨단 말인가? 히틀러가 혼자 총통하고 싶고 독재하고 싶대서 그랬겠는가? 국민이 자발로 선택한 것이다. 베를린 한 곳만 해도 1947년 이래 180만 점에 달하는 폭발물이 발견된다.
이태리의 경우 2차대전 당시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곳은 의외로 직접 피해가 적지만 문제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한 북부 지역. 그렇다고 해서 반도 중심부에 피해가 없지는 않으니 지난 7월 10일에는 폼페이유적 발굴과정에서 연합군이 투하한 폭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우리로서는 낯설지 아니하니, 특히 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보루나 성곽을 발굴하면 어김없이 무수한 탄알과 수류탄 폭탄 등등이 다른 유물들과 함께 출현하는 일이 빈발하다.
그건 그렇고 저 무렵에도 불량품 천지였던 듯, 떨어뜨렸으면 터지지나 하지, 무슨 폭발도 하지 못하는 무기가 저리 많단 말인가? 하도 높은 공중에서 떨구니, 그 가공할 낙하속도에 터지지 못한 묵직한 폭탄들은 땅속 깊이 쳐박혔다가 종전된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곳곳에도 출현하니 이르건대
유럽은 지금도 2차대전 중이다.
www.dw.com/en/italy-thousands-evacuated-for-world-war-ii-bomb-disposal/a-50907087
세계대전 주요 무대였던 유럽에서는 이런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거니와, 예컨대 작년 12월 같은 이태리 브린디시 Brindisi 라는 곳에서는 2차대전 당시 연합국 일원인 영국군이 사용한 폭탄이 발견되면서, 그것을 치우고자 5만4천명에 달하는 주민이 몇 시간 동안 대피해야 하는 소동이 있었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湺가 없으면 물을 못쓴다 (2) | 2020.10.03 |
---|---|
낙랑과 임나일본부, 두 개의 식민, 두 개의 시선 (0) | 2020.10.02 |
만기전역 시기가 지난 수달과 원앙 (2) | 2020.09.27 |
김정은, 석굴암도 대체불가한 관광상품 (0) | 2020.09.26 |
원통함 풀어달라 불러내는 패자敗者 (0) | 2020.09.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