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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5)
한식날 진달래[寒食日題杜鵑花]
[唐] 조송(曹松) / 김영문 選譯評
한 송이
또 한 송이
한식날
모두 피었네.
누구 집에
불을 금하지 않았나
이 꽃가지에서
활활 타오르네.
一朵又一朵, 幷開寒食時. 誰家不禁火, 總在此花枝.
봄날에는 어느 산천이든 불이 붙는다. 각양각색 꽃불이 천지를 불태운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잿빛 산천을 수놓는다. 아른아른 아지랑이는 꽃불이 피워내는 맑은 연기다.
한시에서 꽃을 타오르는 불로 비유한 표현은 많다. 당나라 두보는 「절구(絶句)」 시에서 “산은 푸르러 꽃빛 불타네(山靑花欲然)”라고 읊었고, 송나라 범성대는 「청명 날 이도 길(淸明日狸渡道中)」 시에서 “산 빛 속에서 꽃은 불타고(花燃山色裏)”라고 읊었다.
특히 한식을 전후한 시기에는 진달래가 들불처럼 산야를 뒤덮는다. 한식에는 전국에서 불 피우는 걸 금지하지만 자연 속 꽃불은 끌 수가 없다. 청명과 한식 무렵 불 꺼진 강산의 언덕마다 타오르는 연분홍 진달래 꽃불을 목도한다.
내 어릴 적 어머니는 진달래 필 무렵이면 아버지를 타박했다. 봄날 나무하러 갔다가 오면서 참꽃 한 가지도 꺾어오지 않느냐는 핀잔이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무심했다. 아니 무심한 체 하셨으리라. 어느 날 아버지 나뭇짐 위에 참꽃 가지가 환하게 꽂혀 있었다. 어머니는 웃는 듯 마는 듯 참꽃 가지를 바라봤다. 우리 부모님의 사랑은 그렇게 봄날에도 속으로 피는 참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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