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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농학과에서 가르치는 잡곡을 보면,
주로 밭 작물을 이르는데,
콩, 감자, 고구마, 보리, 밀, 옥수수, 팥, 녹두 등이 된다.
하지만 소위 고대의 잡곡농경이라 하면 이런 작물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보리는 우리 생각보다 도입의 시기가 상당히 늦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잘 알다시피 조선시대에나 들어온 것이다.
콩, 팥, 녹두 등이 아마 기원이 상당히 올라갈 텐데,
이것도 잡곡농경의 주류로 부상한 적은 없다.
흥미롭게도 고대인의 잡곡농경의 주 작물은
기장, 조, 수수인데 이는 현대사회에서는 작물의 버킷 리스트에서 상당부분 빠져 있으며
보통 이 곡물들에 대해서는 쌀에 섞어 먹는 잡곡으로는 먹어도
거의 잘 모른다.
기장, 조, 수수가 잡곡농경에서 유리한 점은
모두 험악한 기후조건에서도 잘 자라고
또 생육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서 이야기 하면 최초의 농경민은 기장, 조, 수수를 처음에 작물로 선택했다는 점과 동일한 것이다.
이 세 작물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기장인데
기장은 심은지 3-4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가뭄으로 벼농사를 망치면
논을 갈아 없고 그 자리에 기장을 심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구황작물 하면 고구마 감자를 떠올리는데
실제로 구황작물로 최우선적으로 선택된 것은
전근대 시기에는 기장이다.
잡곡 농경을 숙지하려면
기장에 대해 모르고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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