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호수로 둔갑한 장경호, AI 번역 발전할수록 영어는 더 잘해야 한다

by taeshik.kim 2023. 10. 8.
반응형

이게 웃기는 듯하지만,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영어 역시 마찬가지라, AI 자동번역이 발달할수록 그것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나는 그만큼 더 영어를 잘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이거 믿고 넋 놓고 있다가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라, 예컨대 우리네 동네에서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석가탑이니 다보탑이니 하는 탑만 해도,

우리가 말하는 탑이라 하면 stupa 혹은 pagoda 정도가 되면 좋겠지만, 넋 놓으면 tower가 되어버려 에펠탑과 같은 기념탑으로 둔갑하고 만다.

물론 우리가 말하는 승탑을 저리 말해도 아주 썩 틀린 말이라고도 장담하기 힘들겠지만, 전연 의도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아주 간단한 보기지만, 세부로 들어가서는 복잡다기하기만 해서, 고고미술사만 해도, 우리네 특유한 표현들이 있어 그것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AI도 결국 훈련과 학습이 필요해 이런 것들을 일일이 주입해야 한다. 

예컨대 활용도가 부쩍 높은 네이버 자동 번역 시스템 한국어-영어 번역 시스템에 장경호長頸壺를 넣어보면

a long-range lake
 
라는 듣도보도 못한 번역 대응어가 뜨는데, 자동번역 시스템 믿고 넋놓고 있다간 이런 참극이 빚어진다.


호수가 되어 버린 장경호



요새는 학계에서는 아직 왜색 찌꺼기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다만, 그래도 박물관 같은 데서는 이제 저런 국적없는 일본식 용어는 거의 사라져 가는 형국이라, 저 장경호만 해도,  긴목 항아리 같은 식으로 그 말 만으로도 무슨 뜻인지를 짐작케 하는 용어를 선호하거니와 참고 삼아 긴목 항아리를 넣어보니 

a long-necked jar

라는 비교적, 아니 아주 정확한 번역어가 뜸을 본다. 


모가지가 긴 항아리



결국 이 작은 보기를 통해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는 위선 한국어 개념이 정확해야 하며, 그것을 쓰는 사람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나아가 그 번역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 영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AI 자동번역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기술발전은 그에 따르는 무수한 새로운 정보습득과 그 활용 기술 수반을 요구한다. 

요컨대 제아무리 자동번역 기술이 발달해도 그것을 내가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죽어나사나 내가 영어를 그만큼 잘해야 한다. 그래서 비극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