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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황당사건이 이끈 경주행, 분노의 월정교 폰카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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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이 없어 전화로 일정을 통보받고는 일정표에 적어둔 저 경주문화재야행은 이번 주말이었다.

나는 그 평가단이라 현장을 실사하고서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패착은 경주행을 결행하면서 내가 장소만 확인했다는 데 있다. 시간은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장소는 교촌이라 했다. 서울서 차를 몰고 아침에 룰루랄라 하며 길을 나섰다.

한데 알고 보니 저랬다. 눈을 비벼야 소용없다. 이달 말이랜다.

어째 조창현 선생이 올린 신라문화축제인지가 께름칙하기는 했다. 그게 이번 주말이라 요샌 겹쳐하는가 했더랬는데 더 확인 안한 내 패착이다.

암튼 경주까지 좀 거리가 되니 한두 군데 들르는 코스를 선택하자 해서 그리 했으니  먼저 경기도자박물관을 갔다.  이곳은 출발전 점찍은 곳.




내가 명색이 이곳 운영위원인데 이곳 신양제기 특별전을 관람치 못해 영 불편했으니 특별전시실과 상실전시실을 느긋이 관람하고선 비로소 강명호 관장님께 전입신고하고 커피 한잔 하고선 다시 남하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연합뉴스를 떠난다는 소식이 궁금했는지 묻는데 이것저것 말씀드렸다.

다시 남하 시작. 애초엔 문경 고모산성을 찍었다. 발굴 때 보고선 한번도 현장 시찰을 하지 못했으므로 들르고자 했다.

한데 피곤이 밀려와 포기하고선 디립다 경주로 밟았다.

중부내륙고속도로였던 듯 한데 내비가 그거와 무슨 영천고속도로 얹어 안내하니 나중에 보니 이 코스는 대구를 경유하지 않더라.

김천 안내가 계속 보여 여차하면 집에 가서 하루 유숙하고 내일 가까 하다가 어차피 상경할 때 들러야 하니 디립다 밟았다.

한데 상주가 보인다.

얼마전 이곳에서 낙동강 특별전을 개막했다. 내비에 급히 물으니 십키로밖에 되지 않는다. 뺐다.

도착하니 네시쯤, 빠듯했다.




온김에 터줏대감 문안인사 드리진 않을 수 없어 관장실로 갔다.

없다. 캄캄하다.


호피리방


내가 온다는 정보가 샜는지 이곳 관장 윤호필 선생이 미리 알고 튀었다.

학예실로 갔다.

금욜 오후 문닫기 전이라 다 튀고 늙수구레한 남자 한 명만 앉아 우두커니 집을 지키는데 딱 봐도 비석 또라이 김주부다.

김 선생 접니다.

하니 아니 이게 무슨 귀신인가 하는 표정.

둘 다 처음 대면이지만 또라이는 또라이를 단박에 알아보는 법이다.

그의 안내로 전시실을 후다닥 돌았다.




전시는 내가 소개한 적 있으나 나로선 이번이 현장 확인이다.

지방 공립박물관 사정이야 잘 알 터이고, 중방박물관에 익숙한 대단위 기획전시실과는 규모가 비교될 수는 없지만, 나는 갈수록 이 정도 아담사이즈 전시실이 정이 간다.

삼십분 혹은 늦잡아도 한 시간 이내로 관람이 끝나야 한다. 이번 전시는 그에 안성맞춤이다.

전시는 알차게 잘 꾸몄다. 신양제기와 이 낙동강은 별도 코너로 소개한다.

다시 빠이빠이하고선 경주로 밟으니 대략 일곱시 어간에 교촌에 도착했다.

한데 분위기가 영 묘했다. 야행이라기엔 너무 조용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너무 조용했다.


분노의 폰카질



한데 알고 보니 저 꼴이 벌어졌다.

애꿎은 월정교만 열라리 박아 분을 달래고는 노서동서 돼지국밥으로 허기 달래고선 서악에 투숙하고선 오늘 하루를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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