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고와 의리 겸용을 주장한 한유통의漢儒通義
송고시간 2013-11-08 16:43
중국 청말의 저명사상가 진례 저술 국내 첫 완역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젊을 때부터 한대漢代 유학자들의 서적으로 읽으셨고 중년에는 송대宋代 유학자들의 서적을 읽으셨지만 실사구시의 태도를 견지하셨으며, 한대 학술과 송대 학술 사이에 무엇이 더 우월하다고 다투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셨는데 이는 한대 유학자들의 서적도 분명히 송대 유학자들이 연구하려던 의리를 밝혔다고 보셨기 때문이다."
제자 호석연胡錫燕은 1858년 7월 스승 진례陳澧(1810-1882)가 정리한 책 한유통의漢儒通義에 부친 발문에서 이렇게 썼다. 그에 대해 진례는 이보다 2년 전인 함풍 6년(1856) 6월 초하루에 쓴 이 책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한대 유학자들은 경서를 연구하면서 훈고를 하고 의리義理를 밝혔으며, 훈고와 의리 둘 가운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송대 유학자들은 한대 유학자들이 훈고를 강구했을 뿐 의리를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옳지 않다."
"나는 한대 유학자들이 밝힌 의리에 관한 주장들이 순수하고 실제적이며 또한 정밀하면서도 광범위하여, 대체로 성현의 미언대의(微言大義)를 왕왕 잘 드러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감히 바라건대 뒷날 학자들이 각기 학파의 편견을 버리고 한대 유학자들이 남긴 말들을 읽어서 그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세상에도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 내가 이 책을 편집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유통의는 글자의 자구 해석에 주력하면서 원전의 원래 뜻을 밝히는 데 주력하는 한나라 때 학술 경향인 한학漢學과 그에 대비해 주자성리학이 대표하듯이 문장 전체에서 추상적이며 철학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송학宋學을 같이 아울러야 한다는 정신에 입각해 편집한 책이다. 두 흐름은 청나라 때 학술 경향을 대표한다고 평가된다.
한학통의는 글자 그대로 한나라 때 활약한 저명한 사상가나 학자의 저술 중에서도 천지天地니 음양陰陽이니 오행五行, 도道·리理·심心·성性·명命과 같은 후대 송대 유학에서 뼈대를 이루는 기본 개념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한나라 때 문헌 35종에서 해당 개념과 관련한 언급을 발췌해 정리하는 방식으로 책을 편집한 것이다.
진례가 동원한 한대 문헌은 정현鄭玄의 각종 경전 주석서를 필두로 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 자하역전子夏易傳, 모시서毛詩序, 한시내전韓詩內傳과 한시외전韓詩外傳, 백호통의白虎通義 등이다.
진례는 경經·사史·자子·집集으로 구분하는 동아시아 전통적 도서 분류 체계에서 경, 곧 유가 경전만을 대상으로 편집했다고 범례에서 밝혔다.
이런 작업을 통해 진례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싶었던 바는 한나라 때 유학자들은 글자 자구 해석에만 매달렸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 이들도 의리를 탐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학술계에서 극한 대립을 보이던 한학과 송학의 통합을 그가 지향했다는 성향을 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한유통의가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서울대 종교학과 이연승(50) 교수가 이를 '진례가 엮은 한대사상사전'(그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냈다.
번역 대본으로는 번우진씨동숙총서番禹陳氏東塾叢書에 포함된 한유통의漢儒通義를 썼다고 한다. 501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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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례에 대해서는 강민경 선생의 다음 글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동숙독서기東塾讀書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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