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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120년전, 파리의 프랑스인은 왜 의궤를 베꼈을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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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이 120년전 필사한 조선왕조의궤 2종 발견

송고시간 2020-03-23 06:00

박상현 기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佛 기메동양박물관서 확인

'화성성역의궤' 불어판 펴낸 앙리 슈발리에 제작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적에, 나는 무엇보다 왜 필사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왜 만들었을까? 


그런 점에서 주시할 점은 필사분량을 보니 전책이라는 사실이다. 혹 빠졌을 수가 있는데, 첨부사진을 보면 온전하게 필사했다. 


덧붙여 그 필사가 복사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의궤가 수록한 그림을 보니, 고대로 따라 그리려 했음을 엿본다. 색깔도 원본 그대로 흉내내려 했다. 특히 장정 양식까지 그대로 흉내냈다. 




의궤엔 각종 기물이라든가 등장 인물 직책 등을 한자로 적었다. 한데 펼쳐진 필사본을 보면 그런 대목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한자로 그대로 기물과 등장 인물 직책이 적혔다. 이 한자가 누구 필체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한자는 펜 글씨인데 그것을 불어로 해설 혹은 번역한 대목은 괄호를 치고 연필로 적었다. 이는 언제건 지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한데 모사한 그림을 보면 밑그림에 가깝다. 


이 필사본 저자가 앙리 슈발리에 H. Chevalier 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는 듯하다. 개중 한 필사본 겉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필사 연대로 추정되는 1906 이라는 숫자가 있다. 




의궤는 우리한테 흔히 그림 부분만 전시되는 까닭에 그 전체가 그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림 부분은 얼마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글씨다. 그런 텍스트까지 온전하게 다 필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보아 슈발리에 필사 목적이 그림 공부는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렇게 온전히 다 옮기는 가장 주된 이유는 복본 확보다. 다시 말해 무슨 이유에서인지 원본을 열람 혹은 대여하기 힘들 적에, 그러면서도 그 복본이 없을 적에, 그럼에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관한 내용일 적에는 내 공부를 겸해서 필사한다. 


내심 출판 혹은 연구용으로 이리하지 아니했나 하는데, 이는 슈발리에에 대한 더 자세한 행적 조사에서 그 의문 일단을 풀지 아니할까 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프랑스 기메박물관 도서관에서 발굴했다는 그의 의궤 필사본은 두 종류라 하나는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이며, 다른 하나는 그의 비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라고 한다. 


한데 슈발리에는 이뿐만 아니라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프랑스어판 소책자를 냈다. 이를 볼 적에 이 필사본은 슈발리에가 연구 혹은 출판을 위해 복제한 것임을 추찰한다. 


아마 동양에 대한 이조그티즘, 그 일환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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