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16명이나 얼굴이 바뀌었으니 대규모다. 정치부가 아닌 내가 무에 정부 전반 차관급 인사에 관심이 많겠는가? 다만, 우리 공장 문화부장인 나로서는 그런대로 이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었느니, 이 문화부가 커버하는 정부부처로는 가장 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그 교체 대상에 오르내린 까닭이었다.
문체부에는 차관 둘이 있다. 개중에서도 체육이 주된 업무인 노태강 제2차관은 당분간 그대로 간다는 소문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나종민 1차관은 교체된다는 말이 무성했다. 문재인 정부 탄생 과정에 이미 관여한 그는 집권 1년차가 넘어서면서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신임 차관급 인사 16명
근자인지, 내가 듣기로 문체부에서는 나 차관 말고도 노 차관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가 "정무직 차관이 누구 맘대로 사표를 내느냐" 쫑꼬를 먹었다는 말이 돌았다. 노 차관 역시 최대 현안인 평창동계올림픽을 무사히 치렀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언제건 물러나겠다는 자세였다고 안다. 두 사람 모두 문체부 정통 관료로, 내가 보기에는 물러날 때는 아는 사람들이다. 노차관은 아마도 남북문제, 특히 체육관련 현안으로 현재진행형인 사안이 많아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다. 아무튼 나차관이 물러난다는 소식은 풍문을 넘어 얼마전부터는 시간 문제인 상황으로 갔다.
그러다가 어제 오후였다. 문화재청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화재청에서 내일(그러니깐 오늘이다) 다른 차관급 청과 무슨 일로 MOU를 체결하기로 했는데, 그쪽 청장이 못 나온다면서 "내일 바뀌기 때문"이라 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는 아, 내일 차관급 인사가 있구나 했더랬다.
듣고 흘러버렸다. 그랬는데 어제 저녁, 문체부 출입 우리 공장 이웅 차장이 전화가 와서 조금은 다급한 목소리로 "나 차관이 내일 바뀐다는데 어찌되는지 모르겠다"고 묻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맞아, 내일 차관급 인사가 있다 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무심하게 "그래 바껴. 새로 오는 차관은 누구누구야"라고 퉁명스레 응대하고는 말았다.
혹시나 해서 내 바로 옆자리 고형규 정치부장한테 그 늦은 시간에 집에서 전화를 때렸다. "내일 차관급 인사가 있다는데 정치부에선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 했는데, 의외로 그런 말이 있냐고 하면서 도로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까지 파악한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 부장이 전화가 왔다. 내일 대규모 차관급 인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두 자리 숫자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에서 확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해서 어젯밤 23시33분에 우리 정치부에서 송고한 기사가 "내일 두자릿수 차관급 교체인사 발표할 듯…文정부 2기 재정비"였다.
김용삼 문체1차관
그런 예고가 오늘 아침 11시를 기해, 차관급 16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정부 인사 발표로 공식화했으니, 우리 정치부는 이 소식을 "기재1 이호승·행안 윤종인…문대통령, 16개 차관급 대규모 인사"라는 제하 기사로 정리했다. 물론 해당 부서별로 새로 임명된 차관급 인사 프로필은 다 다뤘다. 우리 문화부에서는 나종민 차관을 대신한 김용삼 문체부 1차관 취임 소식을 그의 프로필을 통해 정리했으니, 문체부 담당 이웅 차장이 작성한 다음 기사가 그것이다.
한 가지 고백할 일이 있다. 어제 내가 정치부에다가는 새로 오는 1차관이 XXX라 했지만, 그가 김용삼은 아니었다. 저 예고기사를 내보내기 전 정치부에서는 다음 차관이 XXX라고 아예 못을 박았으면 어떤가 하는 의사 타진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어, "그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아니면 쪽팔리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XXX 등 1급 인사의 내부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정도로 처리하면 좋겠다 해서,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기사가 손질되어 나갔다.
한데 막상 오늘 아침 뚜껑을 연 차관급 인사를 보니 문체부 차관은 XXX가 아닌 김용삼이었다. 저리 표현하기를 참 잘했다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혼자 껄껄 웃고 말았다. 이런 게 뭐 중요하겠냐 하겠지만, 기사는 조사 하나로 그 맥락이 달라지며, 오보 여부까지 결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XXX가 차관이 되었더래면, 나야 뭐, 거 봐 내가 맞았자나 하며 우쭐했겠지만, 다른 사람이 되니, 내가 XXX라고 특정하진 않진 않았느냐 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본다.
뭐 세상살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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